인터넷 보안업체 코코넛에 근무하는 이지현(李智鉉·30·여) 대리는 3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종합사회복지관 정보지원센터에서 하루 선생님이 됐다. 이씨에게 PC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회사에서 후원하는 이 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 "내가 가진 능력과 작은 돈이라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뿌듯합니다."지난해 어려운 벤처경기 속에서 코코넛도 숨가쁜 한해를 보냈지만 직원들의 월급명세서에는 '기부금 5,000원' 항목이 빠지지 않았다. 점심 한 끼 값을 아껴 주변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자는 '한끼 지렛대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비로소 나눔의 즐거움을 알게 된 직원들은 올해부터는 PC무료교육 등 오프라인 봉사활동에도 나서기로 하고 이날 첫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직원들의 뜻에 동참, 매달 50여만원씩 기부하고 있는 조석일(趙錫一·45) 대표는 "지역사회와 아이들을 위한 기부는 결국 상생의 고리를 만들어 회사의 수익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라며 나름의 '기부 투자론'을 펼쳤다. "꼭 '돈'이 아니라도 자신의 경험과 능력, 시간을 나누는 것도 의미있는 봉사"라는 생각을 갖고있는 조 대표는 지난해 8월 소년소녀가장 2명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등 저소득층 자녀들의 취업교육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코코넛뿐이 아니다.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 일대의 젊은 벤처 CEO들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는 우리사회 올바른 기부문화의 싹을 틔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다음, 옥션, KTB네트워크 등 25개 벤처기업들이 100억원을 출연한 사회복지재단 '아이들과 미래'는 현재 공부방, 그룹홈, 쉼터 등 전국 300여곳의 사회복지기관을 후원하면서 벤처인들과 불우 이웃의 가교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끼 지렛대 캠페인도 사실은 이곳의 아이디어다.
'아이들과 미래'의 방대욱(方大旭·34) 과장은 "대기업의 거액성금보다 평범한 이들의 정기적인 소액기부가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며 "최근 자원봉사를 하고싶다는 문의전화까지 부쩍 늘어나 더없이 행복하다"고 흐뭇해했다.
벤처기업협회 오완진(吳完鎭·38) 팀장은 "올해는 벤처기업들이 침체를 벗어나 재도약하고, 그에 따라 어려운 이웃들도 주름살을 펴게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기부운동에 동참한 젊은 벤처인들의 새해 소망을 대신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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