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때문에 결혼식 날짜도 바꿨어요."서울시 국제협력과의 새내기 박인성(朴仁晟·28)씨는 하루하루가 신나고 보람있다. 지난해 9월 채용된 서울시의 신출내기 중국어통역사지만 시의 중국어사용권과의 교류가 자신의 입과 귀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중국어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서울의 이미지는 내가 책임진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에서 중국어 통·번역 및 대중(對中) 교류업무를 맡고 있다. 올해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서울-베이징 우호도시체결 10주년 기념행사. 채용되자마자 이 행사 준비에 들어갔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다. 홍보사진전, 투자상담, 환경워크숍, 교향악단 교환공연, 청소년대표팀 축구대회 등이 펼쳐지는데 모든 행사가 그를 통해 논의되고 있다. 그는 이 행사 때문에 올 봄에 예정됐던 결혼식도 2월로 앞당겼다. "8년 연애 끝에 올리는 결혼식보다도 베이징 행사가 더 떨리고 기대된다"며 예비신랑이 들으면 화낼 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베이징측 파트너가 한국말을 못해 모든 협의가 중국어로 이뤄지고 있죠. 제 통역 한마디에 양측 사업내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맴돌았다.
그가 서울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7월. 한국외대 동시통역대학원에 재학 중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홍보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눈길을 모았다. 이 때문에 그 해 10월 한중우호협력 베이징대학생초청행사 통역으로 발탁됐고, 지난해 5, 6월엔 서울메트로총회와 월드컵에서 베이징시장 등의 수행을 맡았다.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9월 정식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의 어학연수 시절 중국 TV의 '외국인 노래자랑'에도 출연했을 정도로 활달했던 그는 호기심이 많고 붙임성도 좋다. 시청에 들어와서도 밴드 동호회 '서울음악사랑회'에 가입,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등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장애인시설에서 가졌던 첫 공연을 잊지 못한다. "제 평생 처음으로 한 착한 일이었을 거예요. 절 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해요." 넓은 '오지랖' 때문에 남자친구로부터 가끔 핀잔도 듣지만 그는 "그저 사람을 만나고 무슨 일을 해낸다는 게 즐거울 뿐"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가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직업을 갖게 됐고 많은 외국 친구들과 거물급 인사들도 만날 수 있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전공인 중국어를 한국땅에서 원 없이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발랄함이 인상적인 그가 중국어로 사명감을 갖고 설명하는 서울이 외국인들에게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매우 궁금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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