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에서 현 정부의 잘못으로 '동교동계 측근 정치'를 가장 자주 거론하는 사람들이 소위 신주류 인사들이다. "파벌을 지어서 대통령 주변에 인의 장막을 치고 권력을 독점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에서 이런 낡은 정치는 청산될 것"이라는 다짐도 뒤따른다.그러나 대선이 끝난 뒤 신주류, 보다 좁혀 말해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본부장단으로 활동했던 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걱정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예가 6일 저녁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노 당선자와 전직 선대위 본부장단의 만찬 간담회이다.
이 행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참석 대상도 신주류 소수 핵심 몇몇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연락 받은 인사들로 한정됐다. 함께 선대위에서 일했어도 자리에 초대 받지 못한 의원들이 여럿이었다.
비공식적이고, 참석 인원도 전체 의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자리였지만 토론 내용은 가히 확대 당정회의 수준이었다. 자리를 지정해 의원 입각을 건의하는 이도 있었고, 당과 대통령직 인수위 간 정책 조율 문제도 논의됐다.
다음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당내에서 "성골 집단을 자처하는 편가르기 행태"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개국공신이라며 논공행상을 요구해 노 당선자에게 오히려 부담을 안기는 행동"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물론 본부장단 가운데 상당수는 노 당선자가 어려웠을 때 흔들리지 않고 버팀목 역할을 해내는 등 공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남이 인정해 줄 때 가치가 있다. 본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울타리를 치고 권력자와의 직거래를 시도한다면 '신악이 구악 뺨친다'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
민주당 신주류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열어 가겠다"는 언(言)과 행(行)의 일치를 보여줘야 한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