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주류 중진들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민주당 의원의 입각을 건의한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노 당선자의 승리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의원들이 양명(揚名)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그냥 지나칠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의원 입각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이 같은 요구가 나온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책임정치 구현을 이유로 청와대 비서실장 교육부총리 법무·행자·기획예산처 장관 등 구체적 자리까지 거론했다. 노 당선자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각료 선임 등을 당에 맡기겠다"고 우회적으로 거절했지만, 의원들은 기회가 있으면 또 다시 이를 요구할 것이다. 선거를 통해 임기가 보장된 의원들에게 장관자리는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금상첨화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의원 입각 요구에 앞서,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되돌아 봐야 한다. 대선 직후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에 부응하겠다면서, 정치개혁과 스스로의 환골탈태를 다짐한 게 바로 엊그제다. 중앙당 슬림화와 지구당 폐지를 중심으로 한 원내정당화와 지도체제의 획기적 개편 등 백가쟁명식 제도개혁 방안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노 당선자의 승리는 당의 승리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인적청산을 둘러싸고 내분 양상을 보이면서, 새 체제 출범을 위한 전당대회를 2단계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대선 직후의 초심(初心)을 간직하고 있다면, 입각을 원하는 목소리를 과연 당당하게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스로 다짐한 정치개혁도 제대로 못하면서, 입각이나 바라는 것은 염불보다 잿밥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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