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지 9일째를 맞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언론의 취재 경쟁과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책 기사로 홍역을 앓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이날 "오늘 일부 조간신문을 보면 인수위가 마치 혁명을 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이 느끼게 생겼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을 정도이다. ★관련기사 5면인수위가 재벌개혁을 강화하기 위해 초강경 수단을 동원하려 하고 있고 특정 재벌기업을 비롯한 재계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고 노 당선자가 측근에게 한 말이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 등 인수위 활동 관련 기사에 대해 인수위가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 당선자측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원들이 의제로 선정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자기 개인 의견을 부각한 점도 문제인데 그 중에는 말이 안되는 얘기도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 사례도 많다. 김대환(金大煥) 경제2분과 간사는 3일 10여명의 기자들에 둘러싸여 재벌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재벌의 구조조정본부가 외환 위기 이전 황제 경영의 산실이었던 때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많은데 계열사 구조조정 등의 역할을 다 했다고 판단하면 (해체 등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보도되면서 각 기업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인수위는 발칵 뒤집힌 채 대변인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사건의 여파로 인수위측은 기자들의 인수위원 취재를 아예 차단했으나 혼선은 계속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및 사법경찰권 부여 등의 기사도 비슷한 예다. 단지 당선자의 공약 사항이라는 이유로 부작용 등에 대한 실증적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섣부른 사견이 노출됐다. 또 일부 위원들은 '상호 출자 금지 전 기업 확대' 등 공론화하지 않은 견해도 서슴지 않고 밝혔다.
인수위측은 언론의 지나친 취재 경쟁과 설익은 정책 기사 양산에 대해서도 잔뜩 불만이다. 7일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인수위원들의 실수도 있었지만 기자들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추측성 보도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위원장 주재 간사단 회의를 거친 사안에 대해서만 인수위 이름으로 보도해 달라"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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