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회의(TCOG)를 통해 본격적인 외교 조율 국면을 맞은 가운데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가 각각 최신호(6일자) 표지 기사로 북 핵 위기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다루었다.두 잡지는 김 위원장 사진을 표지에 싣고 미국 내에서 한창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북한과 이라크 중 어느 쪽이 위험한가'에 대해 분석했다. 이 기사들은 군사 위협 측면에서 북한이 더 위험한 것이 사실이나, 무력 해법은 파장이 너무 크며 북미 양측이 서둘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뉴스위크는 김정일 위원장을 '악의 축'에 빗대 '닥터 이블(Dr. Evil·악)'이라고 지칭한 기사에서 "미국은 무기사찰까지 받아들인 이라크를 공격하려 하면서도 이미 무장을 하고 국제사회에 협조하지도 않는 북한의 위협은 애써 무시하려 하는가"라는 의문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주간지는 미국이 이달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입 금지 항공기 입출항 금지 북한 관리 출입국 제한 등 최소 3가지의 대북 제재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군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조지 W 부시 정부의 대북 전략은 평양 공격을 준비했던 빌 클린턴 전 정부보다 오히려 온건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부시 대통령의 단순한 세계관과 도덕적 투명성이 제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핵 사태가 놀랄 정도로 급박하게 전개되자 미국 관리들이 명확한 대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과 김정일은 악"이라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세계를 향해 "각각의 악은 고유한 조건과 시기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좀더 복잡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타임은 '북한은 얼마나 위험한가?'는 제목의 기사에서 워런 크리스토퍼 전 미 국무장관 등을 인용해 북한이 핵 개발에 더욱 근접했고 장거리 운반 체계를 갖췄으며 무기를 외국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 이라크보다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 등은 이라크 공격 차질을 우려해 북 핵 문제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는 형편이며, 설사 이라크가 아니더라도 북한 핵 시설을 공격할 경우, 방사능 유출이나 북한의 반격 등 엄청난 여파로 미국의 선택은 극히 제한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봉쇄 전략은 북한 주민의 기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도덕성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미 관리들은 결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지난해 11월 초 북한을 다녀온 돈 오버도퍼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 잡지 기고를 통해 "북한은 불가침조약까지 가지 않더라도 안전을 보장받을 확약만 준다면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분명한 인상을 받았다"며 "미 정부가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하지 않겠다고 고집한다면 북 핵 위기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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