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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이라크戰 충격 적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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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이라크戰 충격 적을듯

입력
200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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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국제 원유가는 어떻게 될까. 불안정한 수급을 보일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와 같은 오일쇼크가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적인 견해는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1991년 걸프전 때보다는 충격파가 훨씬 덜하리라는 것이다.■유가가 오히려 떨어진다?

이같은 희망적 관측의 근거는 우선 현재 원유공급량이 충분하고 걸프전 때보다는 원유 생산에 대한 위협 요소가 크지 않다는 점이 주된 배경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라크와 쿠웨이트 양국의 원유 매장량은 전세계의 5분의 1에 달했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 침공 이후 원유가는 2배 이상 급등한 배럴당 40달러를 웃돌았고 이런 유가 상승이 90년대 미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드는 데 큰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걸프전 이후 10년 이상 경제제재를 받아 온 이라크의 원유 공급량이 하루 200만∼250만 배럴로 그리 많지 않아 과거처럼 세계 원유시장에 직격탄을 날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다른 이유는 걸프전 이후 10년 간 원유 공급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11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외 러시아가 원유 생산을 대폭 증산한 게 크게 작용했다. 원유시장에서 러시아의 부상은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했던 OPEC의 영향력을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OPEC 회원국 내에서도 경쟁심리를 부추겨 할당된 쿼터 이상을 생산케하는 효과까지 낳았다. 현재 쿼터 이상으로 생산되는 OPEC 회원국 물량은 90년 당시 이라크의 하루 생산량과 맞먹는 2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여기에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 이후 이라크 원유시설에 대한 현대화가 이뤄질 경우 이라크의 하루 생산량은 최소 300만 배럴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돼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OPEC이 22∼28달러 범위에서 유가밴드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이런 예상대로라면 종전 후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후세인 정권이 자국 내 유전을 파괴시키는 유전 무기화 전략을 들고 나왔을 경우이다. 전문가들이 "최악의 시나리오" 로 여기는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고, 남미의 산유대국 베네수엘라의 총파업에 따른 원유생산 차질이 계속된다면 유가는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내년에도 40달러 이상에서 유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걸프전 때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해 원유 증산에 비협조적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걸프전 당시 늑장대처로 비난받았던 세계 주요 원유소비국들의 단체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전쟁발발 후 첫 1개월 내에 하루 1,200만 배럴의 원유를 즉각 조달하는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사우디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하루 생산량을 합친 것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6억 배럴에 달하는 전략비축유(SPR)를 7억 배럴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비축유가 114일분에 해당하는 40억 배럴 정도여서 원유 공급이 하루 600만 배럴 이상 줄어든다면 비축유로 위기를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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