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와 재계간 재벌개혁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재벌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이 상속·증여세 포괄과세에 이어 핵심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인수위가 2금융권의 재벌 사금고화,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막기위해 도입의사를 밝힌 가운데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서는 "과잉규제, 위헌 소지가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일회적인 조치로는 금융기관의 '계열사 자금 파이프' 역할을 막을 수 없다"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인수위 보고때 분명히 할 방침이다.
금융계열 분리청구제는 금융기관이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에 연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나친 독과점으로 시장경쟁을 헤친다고 판단될 때 공정위가 해당 금융기관의 계열분리를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2금융권을 통한 불법 자금지원은 부당내부거래의 전형적인 유형"이라며 "돈에 꼬리표가 없는 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나 기업결합 심사 등과 같은 일회성 조치로는 이 같은 행태를 구조적으로 교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산업자본(재벌)의 금융지배 강화로 고객이익 침해, 금융의 자원배분기능 왜곡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며 "특히 2금융권이 사실상 은행업무를 하게 됨으로써 기존 은행 소유제한 효과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카드의 경우 3∼4년전 10%에 불과하던 삼성·LG계열의 시장점유율이 45%에 달하고, 보험은 재벌계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다. 미국도 독과점 폐해를 막기위해 기업분할명령제에 근거, 미국 최대통신사인 AT& T를 7개회사로 분할시켰고,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해서도 분할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재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계열분리 청구제가 아니더라도 재벌의 사금고화, 독과점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차단벽은 많다는 주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관련, 계좌추적을 할 수 있고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도입키로 한 만큼 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강제적으로 계열분리를 시킬 경우 주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재벌 소유 보험사 등의 폐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 도입의 충격이 너무 크다"며 "계열분리 청구는 중장기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계열사간 내부거래 감독 강화를 단기정책으로 추진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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