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수님의 강의를 계속 듣게 해 주세요." "우리 수업이 '엽기'라니 말도 안돼요."기말고사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담당강사의 해촉 사태로까지 번진 경북대 '미술의 이해' 수업을 두고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수강했던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도 않은 이들이 시험문제를 '엽기'로 폄하하며 선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총장에게 항의 메일 보내기 등을 통해 수업을 담당했던 정효찬(31) 강사에 대한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험문제의 진실
최근 정강사는 인터넷을 통해 시험문제 각각에 대한 출제 배경을 설명했다. 예를 들면 언론의 집중질타를 받은 '세 명이 치는 점 백원짜리 고스톱에서 20점으로 쓰리고에, 피박에, 광박에, 흔들어서 났다면 총 얼마의 수입이 생기는 것인가?'라는 문제는 수강생들의 조별발표에서 비롯됐다는 것. '동양화'를 주제로 발표를 했던 수강생들은 A5 크기의 하드보드지에 포스터 칼라와 싸인펜으로 화투 48장을 직접 만들어 왔다. 그 뒤에 자석을 붙여서 칠판에 대고 고스톱 치는 모습을 재현하며 화투의 유래와 우리 생활에 침투해있는 화투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정강사는 "학생들에게 미술에 대한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는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하는 게 수업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고스톱이라는 주제까지 허용되었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다시 듣게 해 달라
학생들은 학교 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자발적으로 수업신청을 하는 등 정강사 살리기에 나섰다. 수강했던 장안식(22·자연과학부2년)씨는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정강사님의 강의를 되살려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에는 정강사를 지지하는 팬 모임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이 시대의 진정한 교수 정효찬'(cafe.daum.net/junghyochan) 까페는 정강사로부터 수업을 들었던 학생과 타대학생 등 1,000여명이 가입해 정강사 구명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대학측은 "정강사가 다시 강의를 맡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난색이다
▶획일화된 학생평가 제도 바뀌어야
한편 대학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경직된 대학교육'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예라고 평가한다. 연세대 정외과 김기정(金基正) 교수는 "암기 위주의 획일화한 학생평가가 창의적인 인재 양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희화화해 바라보지만 말고 대학강의의 질과 학생평가 제도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노조 박거용(朴巨用) 부위원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수강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이자 나아가 교권침해"라며 정강사의 강의 복귀를 촉구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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