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20평 남짓한 '통인 익스프레스' 화정점 사무실. 이삿짐을 부리고 막 돌아온 사장 임유석(林裕錫·37)씨와 직원들이 찻잔을 들고 얘기하면서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직원이라야 고작 3명. 한국에 온 지 2년 남짓한 아리옹볼트(33), 멀름(30), 난자(18)씨 등 모두 몽골인들이다.임씨는 재작년 겨울 몽골 단기여행에서 현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몽골인들은 외모도 비슷한데다 우리말 적응능력이 아주 뛰어나요. 징기츠칸의 후예답게 힘도 좋고 부지런합니다."
마침 새로운 사업으로 운송업을 구상하고 있던 그는 주저 없이 몽골인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는 아파트 공사장 등에서 막노동일을 하는 이들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지난해 9월 사무실을 열었다. 말이 직원이지 사실상 창업파트너인 셈이다.
그러나 문화배경이 다른 이들 사이에 마찰이 없을 리 만무했다. 이삿짐을 나르는 현장에서도 사사건건 다투는 이들에게 고객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사실은 성격보다도 몽골인들의 불신이 근본 원인이었다. 아리옹볼트씨는 "몸이 망가지도록 일해 본 경험이 있어 솔직히 한국인을 믿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여기에 생각이 미친 임씨는 그때부터 일 보다도 직원들의 마음을 여는데 힘을 쏟았다. 식사는 항상 함께 하고 세세한 살림살이까지 일일이 챙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후 7시 이후에는 자유시간을 보장해주었다.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 한켠에 침대방과 부엌이 딸린 아늑한 숙소를 만들고 오디오와 컴퓨터도 들여놓았다.
마침내 임씨를 "형님"으로 받아들인 몽골인 직원들은 시키지 않아도 일에 부쩍 열성을 쏟기 시작했다. 이삿짐 포장, 운반은 물론, 청소, 정리정돈까지 도맡았다. 자연히 사업실적도 급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임씨는 올봄에 몽골인 4명을 추가로 고용, 한팀을 더 만들 생각이다.
"돈 벌어 돌아가 변호사 공부를 할 계획"이라는 난자씨는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을 준다 해도 절대 옮기지 않겠다"며 만족해 했다.
임씨는 학대받고 착취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얘기를 접할 때마다 치미는 화를 참기 어렵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이 상당한 엘리트들입니다. 멀름만 해도 부인이 경제학 교수지요. 불과 얼마전까지 외국에서 그런 대접에 분개했던 우리가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똑 같은 짓을 한다는 것은 정말 비겁하고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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