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들이 북한 대학과의 학술 교류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사실상 일방적인 '짝사랑'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대학의 대북 교류는 일방통행
동명정보대는 지난해 12월 김일성종합대, 김책공대와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도 성사 여부가 미정인 상태다.
정순영 총장이 지난해 11월 북한을 방문해 IT 교육 인력 상호 교류를 골자로 한 협정 초안을 주고 받았으나 1개월도 지나지 않아 북한과 대화가 단절됐기 때문. 동명정보대 관계자는 "북한 핵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남북, 북미관계가 악화하는 바람에 학술교류협정을 추진하는데 일단 제동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캠퍼스 복원을 추진하는 등 대북교류에 적극적인 숭실대는 복원계획이 장기화하자 학내에 두었던 평양숭실사업팀을 해체했다. 한국외국어대는 최근 신의주특구에 분교 설립 구상을 밝혔으나 북한측과 아직 구체적인 접촉을 하지도 못한 상태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숱한 대학들이 북한 대학과의 학술 교류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성공한 대학은 한양대가 유일하다.
한양대는 지난해 김책공대와 학술교류협의서를 체결하고 올 여름방학에는 오희국(吳熙國·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이 김책공대 조선컴퓨터센터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양대도 이후 교수와 학생의 상호 교류, 연구성과의 상호 교환을 꾸준히 추진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남북교류의 관건은 '네트워크'
한 대학의 관계자는 "다른 교육기관, 연구기관과의 학술 교류는 대학 본연의 의무"라면서 "북한 대학과의 교류는 대학 본연의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 외에도 순수 학문 교류를 통해 분단 현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정치적 동기도 가미돼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 대학간의 교류는 남북의 정치현안 등 예상치 못한 걸림돌에 걸려 백지화하기 일쑤다. 숭실대 관계자는 "2년 전 김형직사범대와 학술교류협정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북측에서 컴퓨터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지만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동명정보대는 자매결연을 맺은 몽골국립대의 주선으로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열었지만, 협상이 시작된 후 접촉창구를 베이징주재 북한대사관으로 하자는 북측의 제안에 한동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한양대 이승철(李丞哲) 국제학대학원장은 "북한 대학과의 학술 교류에 성공하는데 가장 주효했던 것은 북한고위당국과의 네트워크"라며 "남북 대학간의 순수한 학문적 교류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에는 아직도 험난한 고비가 산재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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