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조두영(趙斗英·66) 명예교수가 정신분석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인정받는 '시고니상'의 2002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주·유럽 지역 이외에서 이 상을 받는 것은 조 명예교수가 처음이다.시고니상은 미국 정신의료분야 사회사업가인 메리 시고니 여사가 유언으로 남긴 기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국제정신분석학회가 1990년부터 매년 정신분석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개인이나 단체에게 시상하고 있다.
조 명예교수는 "정신분석학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이 학문을 소개하고, 정신분석을 공부하려는 사람을 모아 처음으로 조직을 만드는 등 정신분석학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학문 발전을 위해 애쓰는 후학들에게 이번 수상이 조그마한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프로이트 학파를 이끌어온 조 명예교수는 74년부터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8월 정년 퇴임했다. 현재 서울 반포에서 신경정신과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본보에 매주 '조두영 박사와 상담하세요'라는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그는 유한 저작상(1981년), 동아의료문화상 저작상(1985년), 벽봉 학술상(1989년), 환인 학술저작상(2001년), 한국정신신체의학회 공로상(2002년) 등을 수상했다.
조 명예교수는 85년 국내 최초로 정신과학과 행동의학을 접목한 저서 '임상 행동과학'을 출간하고, 이상(李箱)과 손창섭(孫昌涉) 등의 작품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독창적 저술활동을 해왔다. 그는 특히 '공자의 효에 관한 정신분석적 고찰'이라는 논문에서"공자가 강조한 효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라는 무의식이 의식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주장해 큰 사회적 파장을 낳기도 했다.
시상식은 이달 24일 미국 뉴욕 맨해튼 에섹스하우스에서 열리며 상금은 3만5,000달러.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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