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의 범위가 넓지 않은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보험설계사가 된 정석근(47·장애1급)씨는 6일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보험설계사자격시험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정씨는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1991년 망막 이상으로 시력을 잃는 '포도막염'에 걸리면서 인생이 뒤바뀌었다.
시력이 급격히 악화했지만 그는 어린 두 남매와 부인을 위해 계속 시청에 근무하려 했다. 그러나 2001년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자 결국 사표를 냈다. 그는 얼마되지 않는 퇴직금으로 차린 분식점도 부인의 건강이 악화하는 바람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맹학교에 들어가 안마를 배우라"는 주위의 권유도 뿌리치며 힘들어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실로암장애인복지관에서 전화상담과 판매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보험설계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그는 매일 4∼5시간씩 점자와 테이프로 만들어진 교재와 씨름했다. 한 달여 보험기초이론과 화재보험, 자동차보험 등 생소한 분야의 공부에 매진한 정씨는 3일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에 응시했고 50문제 중 단 1문제만을 틀리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정씨는 "고1, 중1인 남매가 모의고사 문제를 읽어주며 시험준비를 도운 덕택에 시험에 붙은 것 같다"면서 "전화상담을 이용한 보험 판매를 열심히 해 동료 장애인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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