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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 순수지상주의 사랑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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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 순수지상주의 사랑만들기

입력
200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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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워낸 빵처럼 '마들렌'은 향기롭고 착한 영화다. 소설가 지망생인 가난한 대학생 지석(조인성)과 일찍이 꿈 꾼대로 미용사로 명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의 중학교 동창 희진(신민아)은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캐릭터.'마들렌'에서 조인성의 모습은 드라마 '별을 쏘다'의 구성태와 비슷하지만 그만한 매력은 없다. 너무 조용한 역할이어서일까. 아니면 전도연이란 노련한 파트너가 아닌 또래와 짝을 이뤄서일까. 청춘에 어울리는 모습이긴 하지만 '별을 쏘다'에서처럼 어색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영화 한편의 시간이 너무 짧은가.

지석 역시 고아인 성태처럼 혼자다. 돈이 없어 휴학을 하고 새벽이면 신문배달을 하지만 늘 책을 읽으면서 꿈을 잃지 않는다. 당연히 그의 옆에는 새벽마다 배달 길에 만나는 제빵사를 꿈꾸는 착한 이웃의 형(김수로)도 있다. 어느날 우연히 머리를 깎으러 들른 미용실에서 희진을 만난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둘은 이렇게 만나 중학시절의 추억과 그때의 숨은 마음까지 들춰내며 사랑을 만들어 간다.

그 순수한 사랑의 완성을 위해 '마들렌'은 '한달 동안만 사귀고 헤어지기'라는 게임을 설정했다. 물론 결과는 뻔하다. 영화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두 사람을 기억과 순수를 통해 한 곳에 도달하게 해준다. 데이트라고는 대학 캠퍼스를 걷거나, 비오는 날 자전거나 타다 넘어져 흙탕물로 장난치는 지석의 턱없는 순수함이 당돌하고 세속적이며 즉흥적인 희진을 변화시킨다. 희진이 지석을 만나기 전에 사귄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알게 되고 방황 끝에 자연유산을 겪지만 지석은 그 모두를 감싸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를 강조하다보니 '마들렌'은 이야기 전개도 단조롭다. 희진의 중학 동창으로 록밴드 리더인 성혜(쥬얼리의 박정아)를 등장시켜 두 주인공 사이에 삼각관계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희진의 룸메이트인 유정(강래연)의 애인 만들기로 웃음을 집어 넣었지만 연기부족과 상투성으로 노력만큼 빛을 발하지 못했다. 말끝마다 지석에게 "재미있겠지?"라고 확인해 보는 희진의 모습이야말로 그런 불안감의 표현일 것이다.

SF물인 '퇴마록'의 박광춘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작품으로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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