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노무현 당선자의 재벌 정책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또 일부 경제부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과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이처럼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각 집단간 갈등이 표면화함에 따라 경제운용 전반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재계의 대변인 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은 노 당선자의 재벌과 대기업의 구분 방침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손 부회장은 "지난 5년간 구조조정으로 과거의 재벌은 이미 없어졌다"며, 이제는 재벌과 대기업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규제 완화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상속세 완전 포괄주의 시행, 구조조정 본부 해체 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벌과 대기업의 구분은 노 당선자가 당선 직후 밝힌 핵심적 사항이고, 상속세는 법을 고쳐서라도 실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손 부회장의 반박은 새 정부 재벌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이의 제기인 셈이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경제운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달리 성장 위주로 짜여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또 금융감독위원회는 노 당선자의 공약 사항인 재벌 계열 금융기관 계열 분리 청구제에 대해 과잉 규제와 위헌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새로운 정책을 짜는 데 여러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내부 조율 없이 설익거나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정책을 내놓는 일은 정권 교체기에 혼란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현 상황은 정책 실험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