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와 민주당 선거대책위 간부들간의 만찬 모임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 입각 배제 방침을 재고하도록 요청하는 등 갖가지 주문을 쏟아냈다.이해찬(李海瓚)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정당 책임 정치를 펴기 위해서는 대통령 당선자와 철학과 이념이 같은 의원들이 내각과 청와대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대통령비서실장, 교육부·법무부·행정자치부·기획예산처 장관 등 5개 자리에 민주당 의원들을 기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들은 "정치 관련 부처의 운영은 공무원들의 논리로는 한계가 있다"며 거듭 일부 의원 입각론을 강조했다. 김경재 의원 등 선대위 일부 간부들은 이날 만찬에 앞서 사전 조율 모임을 갖고 건의문을 작성해 노 당선자에게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의원 입각 건의에 노 당선자는 "알았다"고 만 대답하면서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당선자는 다만 "내년 총선 이후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당에 각료선임권을 주겠다"고 의원들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또 "인수위가 학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서 정책이 편향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당과 함께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의원들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노 당선자가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시스템을 가동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 당선자는 이에 대해 "미국이 한반도 정책을 펼 때는 한국과 사전에 조율하면서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이 "신용 불량자가 속출하고 있으므로 대응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의원들의 주문이 계속되자 노 당선자는 "당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당부의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3시간 가량 진행된 모임에는 김원기 정대철 정동영 신기남 추미애 이상수 정세균 김영진 장영달 유재건 천용택 천정배 이재정 김희선 이강래 의원 등 25명 가량이 참석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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