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도박으로 친정 쫓겨온 딸 며느리 패물 들고 사라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도박으로 친정 쫓겨온 딸 며느리 패물 들고 사라져

입력
2003.01.07 00:00
0 0

문>환갑을 맞는 여자입니다. 제 서방 공부 뒷바라지로 미국 가 있던 서른 먹은 딸이 동네 한국 여자들과 하던 심심풀이 화투판이 커져 서방 몰래 라스베가스 원정도박까지 한 모양입니다. 결국 두번이나 생활비를 날린 끝에 달포 전 친정으로 쫓겨왔습니다. 와서도 내 지갑 돈은 물론 내 결혼반지까지 들고 나가 없애고 제 언니 친구를 찾아가 언니 핑계를 대고 돈을 꿔 썼습니다. 야단과 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일주일 전에는 제 올케의 패물을 훔쳐 들고 나가 지금껏 행방이 묘연합니다. 시댁이 겁나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있지요. 어디 가면 딸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경기 분당 유씨)

답>딸 하나 잘못 둬 만년에 얼마나 울화가 치미시며, 또 사돈과 며느리 보시기가 창피하시겠습니까? 따님의 생사도 당연히 걱정되겠죠. 따님은 하지않으면 좀이 쑤셔 견디지 못하는 상습적 강박증 도박꾼입니다. 이런 도박꾼의 3분의 1이 여자입니다.

상습 도박꾼은 시기적으로 네 단계를 밟기 마련입니다. 첫 단계는 '따는 시기'로, 처음 몇 번 따 본 것에 재미가 들려 스스로 노름기술을 연마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여자들은 도박을 고달픈 인생살이에서의 도피구로 여기지요.

두 번째 단계는 '잃는 시기'입니다. 잃은 돈을 만회할 목적으로 노름을 하며, 액수가 커지고, 남을 태연히 속이게 됩니다. 때문에 주위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사생활과 직장생활은 엉망이 됩니다. 셋째 단계는 '필사적인 시기'입니다. 노름밑천을 장만하기 위해 문서위조, 사기, 절도, 횡령 같은 범법을 서슴없이 저지르며, 노름 외에는 하는 일이 없고, 절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로 하기도 합니다.

넷째 단계는 '자포자기 시기'로, 마침내 만회의 불가능함과 엄청난 노름빚을 갚을 길이 없음을 깨닫는 시기입니다. 이제 교도소가 그를 기다리며, 그것을 면한다 해도 누군가가 자기를 강제로 노름에서 떼어 주기를 애타게 바랍니다. 도박꾼이 되는 원인은 아직 모릅니다. 단지 '무의식에서 잃기 위해서, 패가망신해 부모를 욕보이려고, 부모의 권위에 대한 도전과 반역 차원에서, 짜릿한 성적 흥분과 같은 것을 맛보기 위해서' 라는 가설이 있기는 합니다. 치료도 어렵습니다. 국내 굴지의 도박장들을 차례로 새벽에 찾아가 보십시오. 아마 한구석에 초라하게 앉아있는 따님을 만나실 것입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