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을 다시본다](13)제2부-경제 ④"뉴 프론티어"서부 대개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을 다시본다](13)제2부-경제 ④"뉴 프론티어"서부 대개발

입력
2003.01.07 00:00
0 0

중국의 서부 대개발 계획은 2050년까지 계속되는 대장정이다. 유례 없는 초장기 개발기간을 설정한 것은 서부 내륙지역의 낙후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냄과 동시에 이 사업이 국운을 좌우할 대역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가 서부 대개발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역적 불균형 발전에 따른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서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전략은 연안지역을 먼저 발전시킨 뒤 그 발전 성과를 내륙으로 확산시킨다는 선부론(先富論)에 바탕을 두었다. 하지만 선부론은 중·서부 내륙지역의 소외와 낙후를 초래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鄧은 88년 내륙지역 개발 의지를 밝힌 데 이어 92년에는 20세기 말을 구체적인 사업 착수 시기로 제안했다. 鄧의 구상에 따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99년 서부 대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자원·시장 등 발전잠재력 높아

서부지역은 신장(新疆), 시장(西藏·티베트) 자치구, 쓰촨(四川), 윈난(雲南)성 등 12개 성, 직할시, 자치구를 포함하는 광활한 지역이다. 면적은 중국 전체의 71%, 인구는 28%를 차지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500달러로 전국 평균인 900달러, 연안지역의 1,600달러, 상하이(上海)의 4,500달러에 비해 훨씬 낮다.

서부지역은 그러나 중국 전체 수자원의 75%, 천연가스의 58%, 석탄의 30%가 매장돼 있다.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데다 아직 흑백TV가 판매되는 지역이 많아 잠재적 수요도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서부 대개발은 향후 수십년 간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성장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개발특수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키고, 이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는 연평균 2∼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80∼90년대의 동부 연안지역에 필적하는 거대하고 역동적인 시장이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결국 서부 대개발은 고비용·저효율화 경향을 보이는 연안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외자유치를 촉진함으로써 중국의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소수민족 안정에도 긍정적

서부 대개발은 앞으로 중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서부지역은 독립성향이 강한 신장, 티베트 등 소수민족 자치구를 포함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동서간 격차는 소수민족 독립세력에게 좋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서부지역의 전반적인 불만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90년대 후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서부지역 국유기업에 먼저 손대기 시작하자 주민의 불만은 폭발 직전의 수준에 달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관공서 습격, 버스 폭파, 농산물 소각 등 소요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 같은 민심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서부 대개발이 우선 순위로 언급되고 인사에서도 소수민족과 서부지역 출신을 중용한 것은 중국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중국이 서부 대개발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인프라 건설이다. 서부지역의 가전제품 판매부진은 열악한 유통망과 수도·전기시설 미비 등 부실한 인프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지난 3년간 주요 인프라 건설에 약 90조원이 투자됐으며 앞으로 10여년간 수백조원이 추가될 계획이다.

서부 대개발의 대표적인 인프라 건설 사업은 4가지다. 서부의 천연가스와 전기를 동부로 수송하는 서기동수(西氣東輸)와 서전동송(西電東送), 남부의 수자원을 북쪽으로 끌어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및 전국토를 격자형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팔종팔횡(八縱八橫) 사업이다.

서기동수는 중국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인 신장 타림분지에서 상하이를 잇는 길이 4,212㎞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로 200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작년 7월 기공식을 갖고 전 구간에 걸쳐 공사가 진행중이다.

서전동송은 서부지역 수력·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남·중·북 3개 전송망을 통해 화난(華南), 화둥(華東), 화베이(華北) 지역으로 수송하는 계획이다. 특히 92년 착공한 산샤(三峽)댐이 완공되면 홍수조절과 함께 연간 840억㎾의 전력생산이 가능해진다. 또 충칭(重慶)까지 5,000톤급 선박의 항해가 가능해져 물류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프라 확충이 최우선 과제

남수북조는 양쯔(揚子)강 유역의 물을 건조한 북부지역으로 끌어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톈진(天津)으로 이어지는 1,150㎞의 동부노선, 베이징(北京)으로 연결되는 1,240㎞의 중부노선, 황(黃)하 상류와 연결되는 서부노선 등 3개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황하의 갈수기 단류(斷流)현상을 해결하고 황무지 개간과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팔종팔횡은 교통 인프라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부지역 도로밀도는 1㎢당 7㎞로 연안지역의 29㎞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중국은 앞으로 10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35만㎞의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총연장 1,925㎞의 칭하이(靑海)-티베트 철도건설이 대표적이다.

서부지역은 풍부한 광물자원, 저렴한 인건비 등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시장 시스템으로 인해 기업에 투자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일찍 개방된 동부지역에 비해 전통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요소가 많은 것도 투자장애 요인이다.

■거점도시 중심 투자 서둘러야

그러나 서부지역 중에서도 비교적 개방적이고 구매력이 높은 시안(西安), 청뚜(成都), 충칭 등 대도시는 서부지역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도시를 중심으로 세계 500대 기업 중 80여개 사가 이미 서부지역에 진출해 있다.

80년대에 동부 연안지역이 상하이, 광저우(廣州) 등 소수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한 것과 같은 패턴이 서부지역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서부지역은 80년대 동부 연안지역보다도 오히려 발전 전망이 좋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80년대에 비해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동안 축적한 풍부한 자금, 개혁·개방 노하우, 국내기업 성장 등도 서부 대개발의 성공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한국기업은 동부 연안지역에서 후발 진입자로서 고전한 경험을 거울삼아 개발 초기부터 서부지역 진출 확대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투자도 장기적 포석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 상 은(鄭常恩) 삼성경제연구소 해외경제실 선임연구원

■차이나 핸드북 / 도시화와 호구제

중국이 서부 대개발에 못지않게 역점을 두는 발전전략은 도시화다. 선진국과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제성장이 도시화와 함께 진행되면서 각종 개발수요와 내수시장을 창출한 데 반해 중국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도시화율은 36.09%로 세계 평균(47%)에 훨씬 못 미친다. 2000년 농민이 전체 노동력의 70%였지만 농촌 총생산량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은 농업 노동력 과잉에 따른 농촌의 빈곤과 취업압력, 경제의 유효수요 부족을 초래했다. 2000년 1억5,000만 명에 달한 농촌 잠재실업자는 2010년 2억5,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낮은 도시화율은 1958년부터 실시한 호구제(戶口制)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 제도는 농촌호구 소지자와 도시호구 소지자를 구분함으로써 농민의 도시이주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여기에는 인구의 도시집중에 따른 사회적 통제와 부양부담을 덜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은 90년대 중반 이후 내수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면서 도시화 추진과 동시에 호구제 개혁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우선 도시화율을 2015년까지 45∼50%로 끌어올림으로써 개발투자와 내수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호구제 개혁은 급작스럽게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농촌 인근의 중소도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이들 도시가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해 제한적으로 호구제를 완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대판 신분제도로 불리는 호구제 혁파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