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따위로 하려면 당장 그만둬."올 겨울 최대 한파가 몰아친 5일 강원 삼척 종합운동장. 프로축구 제11구단 대구FC 사령탑 박종환(65) 감독의 불호령이 바닷가 칼바람을 뚫고 쉴새 없이 터져나왔다.
환갑을 넘겼지만 기동력 축구를 강조하는 그의 눈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굼뜨게 보였다. 아마에서 쓰라린 상처를 맞본 선수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오기로 죽도록 뛰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프로의 냉혹함을 아는 박 감독의 성에 찰리 없다. 올시즌 K리그에서 버티려면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테스트를 통해 뽑은 선수 19명을 이끌고 이날 새해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지옥훈련을 선언한 그는 체력과 스피드 없는 전략전술은 무의미하다며 대구에서 도착한 오후 2시부터 거세게 몰아 부쳤다. "몸들이 다 망가졌어. 제법 공을 찼다는 애들도 엉망이야." 그의 독설은 역설적으로 희망을 품고 있다.
"제법 이름있는 선수들도 체력에서 기대치의 50%를 밑돌아. 그래서 보따리를 싸라고 했더니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더군. 나도 마지막인건 비슷하잖아."
올림픽 대표출신 이경수(29), 포항에서 뛴 서동원(29) 등 한때 기대주였던 선수들도 있지만 박 감독은 "화끈한 축구에 적응하지못하면 필요 없다"고 못박았다. 월드컵대표팀에서 트레이너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을 지켜봤던 최진환 코치도 고개를 끄떡였다. 1983년 세계청소년대회 4강신화의 주역 박 감독은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라며 독기와 자존심을 뿜어댔다.
89년 프로축구 일화 창단경험이 있는 그는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박감독은 "삼척은 한겨울에도 잔디상태가 괜찮아 훈련에 가장 적합한 곳 "이라고 설명했다. "낙오되면 끝"이라며 공포의 외인구단을 꿈꾸는 선수들도 동해바다를 뒤흔들 만큼 우렁찬 함성을 질러대며 비지땀을 쏟아냈다. 그들에게도 이뤄야 할 꿈 ★은 있었다.
/삼척=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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