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을 맞아 또다시 담배와 술을 끊고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신체에서 나타나는 질병의 '위험신호'에는 둔감한 경우가 많다. 이런 신호를 소홀히 했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맞기 십상이다. 원인 없는 증상은 없다. 우리가 흔히 흘려버리기 쉬운 증상이 어떤 질병의 전조 증상인지 알아보자.
■가끔씩 심하게 어지럽다
어지럼증이 심하면서 귀가 울리면 내이(內耳)질환을, 귀가 울리지 않으면 평형기관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어지러우면서 손발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고, 앉았다 일어서면서 어찔한 경우에는 뇌허혈증, 자율신경부전증일 확률이 높다. 특히 어지럼증으로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면 뇌졸중, 심장혈관질환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잇몸에서 피가 난다
잇몸에 출혈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 잇몸 염증과 치주질환(잇몸병) 때문이다. 하지만 출혈이 30분 이상 계속되거나 잇몸 몇 군데에서 동시에 피가 나오는 경우, 치아가 막 나오기 시작하는 어린이에게서 지혈이 곤란할 정도로 피가 나올 때에는 다른 원인일 수 있다. 더욱이 구강 점막에 점 모양의 출혈 얼룩이 생기면서 피가 좀처럼 멎지 않는다면 혈우병, 백혈병 등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호흡이 곤란하고 가슴이 아프다
늑막염이면 심호흡이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 옆구리와 가슴이 찌르는 듯하게 아프고 열이 난다. 폐렴인 경우에는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그리고 열, 오한과 함께 심한 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김호중 교수는 "심하게 운동한 뒤 기침, 재채기와 함께 갑자기 숨이 끊어질 것처럼 가슴이 아프면 허파꽈리가 터져 발생하는 기흉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가 갑자기 아프다
배를 손으로 눌렀다가 놓을 때 배 전체가 아프면 복막염,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면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 오른쪽 윗배가 아프면 급성 담낭염일 가능성이 높다. 명치부위가 아프면 소화성 궤양, 왼쪽 아랫배가 아프면 급성게실염과 허혈성 장염일 수 있다. 옆구리가 아프거나 소변 보기가 불편하면 요로결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생길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했다가는 병을 키우기 쉽다. 두통을 올바로 치료하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긴장성 두통은 뒷머리와 뒷목이 뻐근하고 조이듯 아픈가 하면 때로는 앞머리, 관자놀이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대개 오전보다는 오후에 심해지며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면 호전되기도 하지만 대개 몇 주나 그 이상 지속된다.
편두통은 말 그대로 한쪽 머리에 맥박이 뛰듯이 욱신거리는 통증이 반복되며 젊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간혹 두통이 시작되기 전에 눈앞이 번쩍거리며 빛이 시야를 가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란병원 내과 한원희 과장은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이나 구토, 현기증 등 다른 증세가 나타나면 뇌종양이나 뇌하수체 등 뇌 기능의 이상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게 좋다"고 말했다.
■양치질하면 구역질이 난다
자주 메스꺼움을 느끼고 별다른 이유없이 토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때 평상시 과로가 심한 데다가 음주 횟수가 많고 과체중이면 지방간일 확률이 매우 높다. 간질환 외에도 소화기관에 탈이 나도 이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위벽이 헐어 위산 과다 상태인 경우에는 이를 닦을 때 위산이 역류하면서 눈이 충혈될 만큼 심한 구역질을 하게 된다. 담배를 피울 때 구역질이 난다면 위염일 가능성이 높다. 양치질을 할 때 심한 구역질이 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체한 듯한 느낌이 들면 거의 위장질환이 확실하다.
■체중이 갑자기 감소한다
식사량이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줄어들 때는 당뇨병이나, 갑상선 분비량이 늘어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의심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김광원 교수는 "체중이 줄어드는데 갈증이 심해 물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을, 체중은 평소와 다름없이 물만 먹는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년 이상의 연령층에서 체중이 갑자기 줄어든다면 각종 암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자각증세를 나타내지 않지만 간혹 암이 퍼지면서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반면 젊은이들에게 체중 감소가 나타나면 갖가지 염증이나 감염 질환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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