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진출로 도약의 궤도에 오른 한국축구를 이끌 적임자로 움베르투 코엘류(53·포르투갈)가 선택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은 5일에도 2시간 이상 의견을 조율한 끝에 브루노 메추(49·프랑스) 보다 지명도에서 앞서는 코엘류를 차기 대표팀 감독에 선임했다. 협회는 이달 중 코엘류 감독과 정식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2004년까지 2년이며 코엘류 감독이 이미 한국대표팀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계약체결은 무난할 전망이다.이날 기술위원들은 코엘류로 굳혔다는 당초 전망과 달리 2시간 이상 발표를 미뤄 막판 대역전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결국 코엘류의 손을 들어줬다. 김진국 기술위원장은 "코엘류가 지도자 경력, 언어구사, 정보수집 능력 등에서 앞서고 무엇보다 히딩크처럼 패스워크를 앞세운 빠른 압박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유럽의 지인들도 대부분 코엘류를 추천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메추는 한일월드컵에서 세네갈을 8강으로 이끈 것외에는 특기할 만한 성적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협회는 코엘류가 원할 경우 외국인 코치를 한 명 둘 수 있도록 했고 한국인 코치는 3명 이상을 두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지도자 강습, 유소년학교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할 것도 요구할 계획이다. 협회는 그러나 코엘류의 임기를 일단 2004년까지로 정함에 따라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는 거스 히딩크(57·PSV 아인트호벤) 기술고문의 2006 독일월드컵 감독 복귀 여지를 남겨뒀다. 코엘류 감독은 3월29일로 예정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에 데뷔한다. 한편 협회는 이날 여자대표팀 감독에 안종관(37) INI스틸 감독을 선임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코엘류는 누가
움베르투 코엘류(Humberto Coelho) 감독은 포르투갈인 특유의 낙천적 성격과 뛰어난 친화력이 장점이다. 1997년 그를 만나본 허정무(48) 전 대표팀감독은 "자상하고 농담도 잘해 그의 주변에서는 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적극 추천한 까닭도 그가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함께 이 같은 친화력을 겸비한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코엘류는 현역시절 명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포르투갈 대표로 A매치 64경기에 출장, 6골을 기록했고 74년에는 포르투갈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 시절에는 7년 선배인 '검은 표범' 에우제비우와 함께 공수를 이끌기도 했다.
85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코엘류는 포르투갈협회 기술위원장을 거쳐 97∼2000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코엘류는 98프랑스월드컵 탈락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포르투갈을 2000유럽선수권(유로2000) 4강에 올려놓음으로써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그해 10월 모로코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 한일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렸지만 브루노 메추 감독이 이끈 세네갈에 골득실차로 뒤져 아쉽게 탈락했다.
한때 중국 진출설이 나돌기도 한 코엘류는 이번에 한국대표팀을 이끌게 되면서 메추에게 멋지게 복수한 셈이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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