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에서 인수위에 파견되는 공무원은 그저 연락관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의 한 인수위원이 3일 기자들과 만나 "파견 공무원 선정과 관련해 인수위가 정한 특별한 기준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내놓은 대답이었다.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파견되든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취지이다.같은 분과 소속의 또 다른 인수위원은 " 북한 핵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된 태스크포스에도 정부측 인사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우리가 요청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주는 연락 업무 차원의 도움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수위원은 이어 "북한 핵 사태의 해법 찾기는 주로 우리 머리로 하는 일"이라면서 "종합적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대체로 다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이 말하는 공무원은 주로 외교부 직원, 즉 외교관을 뜻하는 것으로 들렸다. 인수위원들이 북한 핵 사태의 전개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으면서 '머리'로 묘안을 짜내겠다는 생각은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또 인수위 참여 공무원에 대한 평가절하가 공무원의 월권을 막고 인수위 파견을 출세 통로로 여기는 풍토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어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새 정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기존 공무원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인수위원들의 발상이 개혁성을 앞세운 소장 학자들의 우월감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우려할 만한 일이다. 특히 북한 핵 사태와 같은 국제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이해당사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현장에서 국익을 지켜내는 공무원, 즉 외교관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들의 경험과 종합적 판단 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배척만을 능사로 여기는 태도에서 최적의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고태성 정치부 차장대우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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