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가가 많이 떨어진 탓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우리 경제와 증시는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선 1961년 이래 처음 무역수지가 누적 흑자로 돌아섰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만년 흑자국'으로 진입한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실어주는 것으로 향후 증시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우리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로 등장한 것도 두드러진 변화였다. 더욱이 중국 수출의 급증은 국내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의 뛰어난 국제 경쟁력과 함께 전통적으로 우리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전자제품 철강 석유화학 등 중간재 수출의 강세를 배경으로 한 것이어서, 당분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한 때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과 일본은 폐렴에 걸린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5, 6년 전부터 미국보다는 중국 쪽 경기사이클에 더 민감하고 직접적으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경기를 좌우하는 힘은 아직 미국에 있지만, 일본과 한국에게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중국 경제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와 증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동향까지 파악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현재 증시는 이라크전쟁과 북핵이라는 메가톤급 불안 요인들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지만, 경제 저변에서는 이 같은 조류의 변화가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의 동향에 일희일비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우리 경제가 가진 강점에도 눈길을 줘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증시의 키워드는 '펀더멘털로의 회귀'가 되지 않을까.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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