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미 클로네이드사가 5일 유럽에서 두번째 복제아기 탄생을 발표했다. 그러나 DNA 검사 등 복제를 입증할 자료를 전혀 내놓지 않아 거짓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으로 결론난다면 그나마 다행. 만약 복제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앞으로 불거질 논란은 더욱 많다. 당장 복제 과정중 불가피하게 희생된 배아 문제가 제기되고, 복제인간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도 새로운 숙제다. 인간복제 이후의 파장을 살펴보자.▶실패의 책임 누가 지나
클로네이드의 인간복제가 사실이라면 이브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이브의 희생'에 대해 책임을 면키 어렵다.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최초의 동물(양)인 돌리는 276번의 실패 끝에 태어났다. 돼지복제를 연구하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체세포 핵을 난자에 넣어 제대로 융합돼 분열하는 복제수정란은 절반도 안 되며, 이 중 10분의 1만 배반포기까지 체외배양이 된다"고 말했다. 복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 뒤에도 아예 착상되지 않거나 임신 도중 유산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클로네이드는 하나의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생명의 씨앗을 '살해'했다는 윤리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복제동물이 태어난 뒤 종종 나타나는 급사나 기형이 인간에게서도 나타난다면 명백히 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복제인간은 독립적 인격체다
흔히 공상과학 작품은 복제인간을 체세포를 제공한 원본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종속된 대상으로 그린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복제인간도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복제인간을 탄생시킨 반인륜적 행위와 별개로, 태어난 순간부터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신만의 경험과 영혼을 구성하는 생명체이자 독립적 인격체인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고 해서 한 사람으로 여기는 일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징기스칸을 복제한다 하더라도 세상이 완전히 딴판으로 바뀐 현대에 그가 제2의 징기스칸이 될 확률은 0에 가깝다"며 "복제인간은 출산시간이 좀 많이 벌어진 쌍둥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복제된 것은 유전자일 뿐, 생명체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클로네이드가 인간복제의 궁극적 목표를 영혼까지 복제해 영생을 얻는 것으로 규정한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복제인간이 겪을 심리적 정서적 상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복제인간을 연구대상으로 취급하거나, 원본 인간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일이다.
▶법적으로 완전한 인간
복제인간은 법적으로도 같은 지위를 갖는다.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 교수는 "복제로 태어났든 시험관 아기로 태어났든 아이는 한 인간으로서 모든 법적 권리를 인정받는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복제기술의 잘못으로 기형으로 태어난 복제인간이 있다면 그는 과학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법의 대상은 복제행위이지, 복제인간은 아닌 것이다.
가족관계는 어떻게 될까? 현행 법에 따르면 복제인간은 자궁 속에서 자신을 기르고 낳아준 여성을 어머니로 갖게 된다. 아버지는 출산 당시 산모의 배우자로 보는 것이 우리 민법이다. 산모가 불임부부로부터 복제아기 출산을 의뢰받은 대리모라 해도 마찬가지다. 대리모 계약은 법적 효력이 없으며, 불임부부가 아이를 입양해야만 부모관계가 성립한다.
이인영 교수는 "현행 법은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아기를 낳은 경우 정자 제공자와 태어난 아기는 어떠한 친족관계도 형성할 수 없도록 한다"며 "복제의 경우도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아기와의 법적관계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체세포 제공자와의 혈연관계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복제인간의 법적 친족관계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복제아기는 체세포 제공자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 산모 자신이 자기 체세포를 복제해 출산한 아기라면 그의 아버지는 산모의 배우자인가, 산모의 아버지(외할아버지)인가?
▶종(種)의 위기는 오는가
정상적인 유성생식은 부모로부터 DNA를 반반씩 물려받음으로써 유전자를 섞는 기회로 삼는다. 이러한 유전자 교환은 종의 차원에선 다양성을 유지해 환경 변화에 살아남도록 한다. 최근 가축들이 광우병, 브루셀라 등 전염병에 약한 것도 인위적인 우량화로 유전자의 다양성을 제한한 탓이라고 지적하는 생태학자들도 있다.
복제는 분명 종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위협적 요소다. 특히 복제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할 가능성이 높은데, 부(富)가 생태계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인자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위기는 복제가 세대를 잇는 주요한 생식수단으로 보편화한 다음의 일이다. 최재천 교수는 "트랜스젠더가 몇 명 생겨 약간의 혼란은 있지만 인류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복제인간이 설사 나타나더라도 그 파문은 곧 사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사기극" 시나리오
클로네이드측이 첫 복제아기 '이브'의 DNA분석을 위한 시료조차 채취못한 가운데 '두번째 복제아기 탄생'을 발표하자 모든 것이 사기극이라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클로네이드측이 DNA 검사를 얼버부리면서' 최초의 인간복제 회사'라는 이름만 얻고 이를 앞세워 복제아기 희망자들을 유혹하겠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로네이드측은 1회 복제비용으로 국내 시험관아기 시술비의 20배인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를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DNA검사를 맡기로 한 마이클 길런 전 abc 방송 기자가 NBC, abc, CBS 등 방송국 간부진에 수십만달러를 내고 인간복제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제안했다가 거부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초 복제아기의 시료를 체세포제공자의 시료로 바꿔치려다가 실패했다는 관측도 있다. 같은 사람의 DNA시료(혈액이나 구강 상피세포)를 분석하면 복제한 것처럼 2개의 똑같은 DNA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 추궁을 당할 일이 두려워 증거를 숨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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