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마련했던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가산율 인상 방침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이들 구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기 때문에 인상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지자체가 주민 반발에 밀려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방기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뒷북대책과 지자체의 눈치보기
당초 정부 시책에 따라 인상안을 수용한다는 방침이었던 이들 구가 방침을 바꾼 것은 "더 이상 투기도 없고 오히려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투기억제책이냐"는 주민들의 만만찮은 반대 여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지역 부동산 투기 수요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나왔던 지난해 9월에 비해 많이 가라 앉았고 앞으로도 강북재개발, 행정수도 이전 등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변수들만 줄줄이 남아있다는 게 이들 구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다분히 주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가 부동산 투기 움직임이 한 풀 꺾인 뒤에야 나와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20일 당초 제시했던 재산세 인상안(23∼50%) 보다 훨씬 후퇴한 안(8.3∼23.7%)을 내놓았던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타지역도 기존 가산율 고수할 듯
재산세 가산율 적용 등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이어서 해당 자치구가 가산율 인상을 거부하면 행자부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현재 강남 지역 3개구에는 가산율 인상의 타깃이 되는 전국의 3억원 이상 공동주택 17만9,000여 채 가운데 80%가 몰려 있어 행자부의 가산율 인상 방침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여기에 나머지 3억원 이상 공동주택이 위치한 수도권 자치단체들도 행자부의 과표 가산율 인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산세 부과기준일인 6월1일 전까지 서울시에 수정을 권고토록 해 서울시가 인상안으로 과표 기준을 변경고시할 경우 3개 자치구에도 인상된 가산율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투기 수요가 다시 기승을 부려 이를 억제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다. 행자부 관계자는 "다시 투기적 수요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광역단체장의 변경고시 등을 통해 인상안으로 과표기준을 변경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는 물론 행자부도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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