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삐딱한 거 어디 없나 싶을 정도로, 신춘문예용이라고 해야 할지, 틀에 박힌 발상에 기대고 있는 작품들이 너무 많았다.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오면 실향의 아픔을 지녔거나 치매에 걸려 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오면 실직 상태거나 이혼을 했고, 형제자매가 나오면 그 중 한 명은 장애인이고, 주인공 아이는 교실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고아이고….
이처럼 대개는 삶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지 못한 채, 특정 소재와 가르침을 도식적으로 짝지은 작위성, 다시 말해 주제 노출이 심한 탓에 재미와 감동을 깎아먹고 있었다.
독자의 기대심리는 숨겨진 곡절을 파헤치는 두근거림, 혹은 새로운 세계와 마주치는 놀라움 같은 게 아닐까.
수북이 쌓인 응모작을 놓고 두 사람이 엄선한 결과, 임수빈의 '몽당숟가락의 기도', 문진주의 '밥상', 이정호의 '퇴깽이 이야기' 등 세 편이 걸러졌다.
'몽당숟가락의 기도'는 숟가락을 의인화해서 한집 식구들의 삶을 관찰하는 발상이 독특했지만, 지나치게 화자의 의식 안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서 사건의 골격이 선명하지 않았다. 반면에 '밥상'은 서로 다른 몇 개 장면을 매듭이 분명하게 이어 붙여서 줄거리 전개를 효과적으로 드러냈지만, 국토순례단에 참여했다가 실향민인 할아버지에게 편지로 이북음식을 그려 올린다는 줄거리가 어딘지 식상하고 짜 맞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퇴깽이 이야기'는 다친 산토끼를 보살펴서 산으로 되돌려보내는 뻔한 이야기임에도, 여느 작품과 다르게 작위성이 느껴지지 않고 군더더기도 없어 두 사람 모두 주목하였다.
지구가 곧 우리 집이고 모든 자연생명은 한 식구라는 생각의 발전을 아이다운 모습이 잘 살아있는 일관된 눈높이와 목소리로 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래서 꾸밈없는 체험담 형식에 주제가 잘 녹아 들어간 '퇴깽이 이야기'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노경실 원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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