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만인의 것이다'. 시 중에서도 어른들끼리 쓰고 어른들끼리 즐기는 어른 시에 비해 동시가 더욱 그렇다. 동시야말로 아이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고 읽고 즐기는 만인의 시인 것이다.그래서 동시는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말과 소박한 표현을 쓰되, 아이와 어른 모두가 공감하는 간절한 진실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야 한다.
만인의 가슴에 가 닿는 동시 한 편 빚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밖에 없다.
두 심사위원의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여섯 분의 시 39편이었다. 선뜻 당선작을 합의해 놓고도 거듭 안타까운 눈길을 받은 작품은 김미경씨의 '그리움', 김민하씨의 '자전거', 정창선씨의 '그네', 박인수씨의 '강'. 이분들의 응모작에는 위와 같이 심상치 않은 빛깔과 향기를 내뿜는 한두 편의 수작이, 믿을 수 없이 낡고 옹색한 유아적 작품들과 한데 섞여 있었다.
당선작 '손톱 끝에 받아 기른 봉선화 꽃물을'은 무엇보다 동시가 유아적인 코맹맹이 노래라는 오해와 의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손톱 끝에 받아 기른 봉선화 꽃물'을 '해 기우는 서쪽 하늘 기러기'의 발목으로 옮기는 놀랍도록 대담한 비약이 그렇고, 손톱 끝에 아스라이 남은 꽃물에 등불이 앉고 별이 뜨도록 기다린다는 신선한 시간 화법이 그렇고, 그러고도 남은 그리움을 심어서 반달로 자라나는 꽃잎을 보리라는 느긋한 희망이 그렇다.
함께 보낸 응모작 '왜 눈물 알에는 찬란한 단청이 들어 있는가' '할아버지 보시던 한양가 책은'에서도 맑은 눈이 발견한 삶의 경이를 거침없이 그려 보이고 있는 이 시인이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여 우리 동시 발전에 큰 걸음이 되어줄 것을 믿는다.
/심사위원=김용택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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