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李正浩·38)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녹색예술모임 금수강산'에서 일했다.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아동극을 공연하는 단체다. 연출을 돕고 소품을 만들었다. 직접 배우로 나서기도 했다.연극을 보러 오는 아이들이 너무 예뻤다. 더 많은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고도 이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2002년 6월부터 습작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쓴 작품을 신춘문예에 응모했는데 당선됐다. 믿기지 않는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씨는 4년 전 충북 충주시 노은면 대덕리의 농가를 빌려 극단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이웃집 젓가락이 몇 벌인지도 서로서로 다 아는 작은 마을은 이씨의 고향인 충북 청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전교생 36명인 노은초등학교 수상분교에서 풍물놀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온 외지인에게 아이들이 먼저 마음을 열었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과 한가족처럼 지낸다"고 이씨는 말한다. 산골 마을 작은 분교, 옆집 초등학생 다연이와 주명이는 그의 동화의 주인공이 됐다.
이씨는 "토끼를 소재로 삼은 것은 신경림 시인의 시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씨의 근작 시 '산토끼'는 그에게 "지금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씨의 답은 '고향과 자연'이었다.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하기 위한 그의 오랜 관심과 노력을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옮긴 것이 '퇴깽이 이야기'가 됐다. 그는 "앞으로도 환경을 주제로 삼은 동화를 쓰고 싶다. 같은 주제로 아동극 대본을 쓰는 것도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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