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서 지음·김은령 옮김 디자인하우스 발행·1만 5,000원열흘씩 놓아 두어도 곰팡이가 피지 않는 식빵, 흠결 하나 없이 맨드르르한 토마토보다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밀로 만든 빵,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과일이 좋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간도, 돈도 없다. 그래서 벌레 먹은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도 부자들의 권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12세 생일 파티때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 대신 환경 단체('지구 2000년') 가입을 권유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스물두살'(워싱턴 포스트)로 불리기도 했던 미국의 환경운동가 대니 서(26)는 환경에 대한 의식으로 무장하고, 집을 꾸미거나 식탁을 차리는 일이 그리 돈 많이 들고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Conscious Style Home)은 전형적인 미국식 중산층 주택인 부모님의 집과 자신의 뉴욕 아파트를 3개월에 걸쳐 수리한 그의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했다.
그가 제안한 의식있는 스타일은 일단 재활용을 시도하기, 하지만 용도에 맞게 고집 부리기, 그리고 생각의 틀을 바꾸기이다. 더불어 미학적인 즐거움을 주어야 할 것.
조금 애매하다면 구체적인 예를 보자. 대니서의 집안 개조는 청소부터 시작한다. 쓰레기는 미련없이 버리고, 분리수거는 기본. 자질구레한 기념품이나 호텔에서 공짜 샴푸 등을 싸들고 오는 일은 어리석다. 수납 공간만 차지할 뿐이니까.
거실을 꾸밀 때는 마루 바닥이 가장 좋고 돗자리처럼 이동과 수납이 쉬운 물품도 활용해보라고 권유한다. 창문 장식은 캔버스 대마 대나무처럼 천연소재가 빛을 적당히 차단하므로 가장 좋은 재질이다. 나무 바닥이 좋지만 이 때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용 접착제로 붙인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건 가구도 마찬가지. 외제 가구를 산다면 독일이나 핀란드가 포름알데히드에 관한 규제가 엄격하므로 이 나라에서 생산된 가구를 사는 게 좋다.
부엌의 상판 재료로 많이 쓰이는 대리석은 채취과정에서 지구 표면에 많은 상처를 내며 가공과정에서 절반이 손실되는 낭비가 심한 건축 재료. 대니 서는 의외의 대안을 제시한다. 콘크리트 표면을 다이아몬드 날이 달린 그라인더로 갈면 대리석과 같은 질감이 나고, 여기에 산성액을 뿌려 부식시키면 가죽처럼 멋진 표면을 얻는다.
중고품 가게에서 산 낡은 가구는 식물성 기름으로 닦아 주면 된다. 작은 흠이 있다면 몇 번 접은 천을 대고 다리미로 살짝 다려주면 파인 부분이 회복된다. 신세대 대니 서는 교회에서 나온 설교대를 TV 받침대로 사용하는 파격을 부린다. 뒤쪽으로 선반이 나 있어 전기선이나 테이프 수납에 좋다.
물론 욕실에서 물을 절약하는 방법, 비누와 샴푸를 고르는 법, 낭비없는 식탁을 차리는 법, 사무실용 철제 서랍장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변신시키는 법 등 대니 서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재활용 유리타일이나 무공해, 재활용 페인트 등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품들이 적잖아 아쉽다. '생각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신적 여유와 시간, 그리고 약간의 돈은 필수 항목 중 마지막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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