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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라 망신시킨 국제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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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라 망신시킨 국제차관

입력
200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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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87년부터 펼쳐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사업은 그동안 34개 개도국에 9,000여억원을 제공함으로써 국가 이미지 향상과 해외시장 개척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수사로 밝혀진 불량 과학기자재 공급사례는 이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감독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현물차관 약정에 따라 우즈베키스탄에 공급된 교육용 과학기자재 가운데 지난해 7월 현재 8%(금액 기준) 이상의 물품에 하자가 있었다. 그런 사실조차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항의공문을 받고서야 알 만큼 사업의 집행과정은 허술하고 엉망이었다. 검찰 수사결과 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이 주관해 보낸 기자재 중 저질이거나 중고품으로 드러난 것은 우즈베키스탄이 항의한 것보다 4배나 더 많았다고 한다. 원조를 해주면서도 욕을 먹는 나라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더구나 우즈베키스탄은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사는 나라가 아닌가.

문제의 조합은 기협으로부터 단체 수의계약 금지조치를 당한 상태였는데도 이사장이 자기 회사를 납품업체로 선정하고 친인척들과 함께 구매가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부풀려 부당차익을 챙겼다. 사업을 총괄하는 수출입은행은 수의계약 금지가 국내용일 뿐 해외 기업이나 국가와의 거래에는 제약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서 한장만 받고 계약을 승인했으니 비리를 방조한 꼴이다. 이번에 빼돌린 돈이 정·관계로 유입됐을 개연성도 있다니 검찰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차관집행 과정에 편법이나 비리가 있더라도 이를 관리·감독할 기관과 규정이 없는 것은 큰 문제다. 다른 개도국에 제공된 기자재에서도 비슷한 비리가 있을 수 있다. 국제차관사업이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되면 계속 나라망신을 할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부는 국제차관사업의 전반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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