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덩어리가 크다고 목성에 가서 살겠습니까?"은행권의 인수합병 바람 속에 입지가 좁아진 소형은행이 새해 벽두부터 대형은행들을 노골적으로 비꼬는 TV광고를 내보내 공방이 일고 있다.
광고의 주인공은 한미은행. 1일부터 공중파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이 은행의 이미지광고는 태양계 주요 행성의 크기를 열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목성의 지름은 14만2,984 ㎞, 토성 12만536㎞, 지구 1만2,756㎞…. 지구보다 큰 별은 많습니다. 하지만 크기만으로 가치를 말할 순 없습니다. 여기 지구처럼 알찬 은행이 있습니다. 베스트 퀄리티 한미은행."
은행권이 '빅3'내지는 '빅4' 체제로 급속 재편되고 있지만 '몸집 키우기' 자체가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광고의 요지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대형화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지만 대형화는 독과점 폐해나 리스크 증가 등의 부작용도 크다"며 "무조건적인 대형화 지상주의를 경계하자는 취지의 광고"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부 대형은행들은 광고에서 '생존이 불가능한 부실은행'으로 묘사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상위 은행들을 목성이나 토성처럼 사람이 살기 힘든 척박한 행성에 비유함으로써 부실 이미지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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