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과 요술램프'의 나라, 달밤에 바람이 모래언덕을 한 겹 한 겹 벗기면 비단이 풀리는 것 같고, 아름다운 여인의 능선이 드러나는 나라, 천일 밤을 이야기해도 끝이 나지 않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나라, 의자만 옮기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어린 왕자'가 사는 나라, 그 나라엔 지금도 모래를 구워서 푸른 별빛의 유리잔을 뽑아내고 한 뼘 만한 피리로 무서운 독사도 일어나 춤을 추게 하는 사람들이 살지요.얼마나 아름답고 맑은 영혼을 가졌기에 독사도 일어나 춤을 추게 할까요? 흉하고 무서운 독사도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맑은 영혼의 빈터가 있다는 걸까요?
저도 맑은 영혼을 길러 독사도 일어나 춤을 추게 하고 싶습니다. 모래나라 사람들의 맑은 영혼을 시 한 편과 바꿀 수 있도록 투명하면서도 여운이 있는 시를, 자연에서 내 영혼의 뜰채로 건져 올리렵니다.
지난 가을 문을 새로 바르며 손이 많이 닿는 문고리 밑에다 논두렁에 콩 심듯 봉선화 꽃씨 세 알을 넣고 손바닥만큼 종이를 덧발랐습니다. 환히 비치는 씨앗, 우리 어머니 젊었을 때 젖꼭지가 저랬을까,
아침저녁으로 물을 품어주고 해와 달과 별과 눈맞춤하다 보면 저기서도 연초록 싹이 틀지? 싹이 터 꽃이 피고 그 꽃물 손톱 끝에 받아서 열 손가락에 다 받아서 편지 읽듯 좍 펴보면 시간마다 찍힌 개기월식, 그 위로 기러기 그림자가 두어 번 지나가고 흰 구름도 흘러가고 그렇게 세월도 참 쉽게 지나가는 것으로 어디 눈이나 씻어볼까….
하늘에 별처럼 어젯밤 꿈처럼 베짱이나 여치의 갓 맑은 정강이 같은 그런 시를 건져내겠습니다. 그것으로 한국일보와 심사위원께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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