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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한국일보 신춘문예 / 당선자 최길하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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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한국일보 신춘문예 / 당선자 최길하씨 인터뷰

입력
200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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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이 유려하다 싶더니 최길하(崔吉夏·46)씨는 등단한 시조시인이었다. 심사위원들이 고심했듯 최씨 자신도 "작품이 조금 어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그는 그러나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려 애쓰기보다는, 아이들과 닮으려는 순수한 마음을 시로 적는 것이 어른이 쓰는 동시의 개념에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충북 단양에서 나고 자란 최씨는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어렸을 적 제대로 책을 읽지 못했다. 고교 때 학교에서 구독하는 신문을 읽으면서 비로소 활자의 울림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됐다.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했다.

그때부터 소설과 인문서, 미술서와 한문서적에까지 빠져들었다. 박제천 고형렬 장석남씨 등의 시집을 읽으며 말의 가락에 매료된 그는 시조를 쓰기 시작했고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때가 묻는 것을 느낀다. 순수해지고 싶은 마음에 동시를 선택했다"고 그는 밝혔다. '손톱 끝에 받아 기른 봉선화 꽃물을'은 어렸을 적 학교 가는 길 토담 아래 피어있던 봉선화의 기억에서 나온 작품이다. "가슴에 애틋한 봉선화물이 들었다." 오래 고민하다가 마감 하루 전날 완성한 이 작품이 그의 두번째 신춘문예 당선작이 됐다.

최씨는 성신양회에 25년째 근무하고 있다. "화학을 그렇게도 싫어했는데, 일 때문에 공부를 하다 보니 화학에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분야든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삶의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그는 말한다. 자신이 찾아낸 인생의 진리를 맑은 영혼의 눈으로 걸러낸 동시를 쓰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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