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주변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무리 권력에 줄을 서는 게 익숙해져 있고, 권력 이양기 때마다 볼썽사나운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우리의 풍토 라고 하지만 되풀이돼서는 안될 일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개연성 때문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정치색을 배제한 학자 일변도의 인수위를 출범시키면서, 새로운 인사시스템 구축과 청탁 배제 등 여러 다짐을 했다.우선 인수위는 민주당에서 파견되는 실무인원을 충원하는데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노 당선자가 차기 국가원수로서는 어울리지 않은 직설적 화법을 동원해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인수위 근무자에 대한 스크린을 다시 해야만 했다. 노 당선자 스스로가 "왜 이런 사람들이 아무 근거없이 인수위에 포함돼야 하느냐"고 질책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기 사람을 심어 권력 핵심부의 동향을 살피고자 했을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행태가 되풀이된 결과일 것이다. 새해 아침에 당선자와 지근거리에 있는 중진의 집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인수위에 각 부처의 로비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는 등의 얘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가 정식 출범한 뒤, 몇몇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정치개혁특위를 신설했고,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기획특보에 임명했으며, 10년 이상 고락을 같이한 젊은 비서진을 대부분을 당선자 주변에 포진시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청와대로 들어가 노 당선자를 도와 새 정권의 초석을 놓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업무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자칫 측근중용으로 확대돼서는 곤란하다.
노 당선자의 인수위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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