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정부의 중재 외교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 달여 동안 남북한과 미·중·러·일 등 4강은 양자회담 또는 국제기구에서의 접촉을 거듭하며 입장을 조율한다. 이에 따라 1월은 북한 핵 문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핵 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자임한 한국은 이 같은 외교일정의 중심고리가 되고 있다.2일 베이징(北京)에서 이태식(李泰植) 외교부 차관보가 중국 왕 이(王 毅) 외교부 부부장과의 회담을 가진 것을 필두로 5일에는 김항경(金恒經) 외교부 차관이 러시아에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 차관과의 회담을 벌인다.
6일에는 빈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이사회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과 때를 맞춰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회의(TCOG)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어 이달 중순에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와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무성 장관이 잇따라 방한, 정부 및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과 북 핵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정부의 숨가쁜 4강 외교는 북한이 더 이상 모험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한편, 미국에게는 대북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중재역에 초점이 모아진다. 정부는 우선 북한이 폐연료봉의 재처리 등 금지선(Red line)을 넘지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를 통한 간접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핵 문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닌 외교적 대결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을 중시하고 있다. 북한이 강경드라이브를 완화한다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실마리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TCOG이나 한미간의 특사를 통한 조율에서도 대북 제재 보다는 외교 압박을 통한 중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도 이날 "TCOG에서는 북한의 향후 조치에 따른 단계별 대응 조치가 논의되겠지만 구체적으로 결론을 내릴 만한 대북 압박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AEA가 유엔 안보리 상정보다는 우선 핵 안전조치 협정 이행 촉구 등 몇가지 단계적 수순을 밟기로 한 것도 고무적인 조짐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이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북한의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직접 설득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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