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정상에 오르자 힘들어하며 남을 탓했던 자책과 정상에 섰다는 감격이 뒤섞여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지난해 11월30일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복을 위해 탄자니아로 떠났던 1급 시각장애인 김소영(31)씨가 동료 장애인 2명과 함께 계미년(癸未年) 새해 아침 건강한 모습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본보 2002년 12월2일 25면보도)
어릴적 열차사고로 하반신을 잃은 뉴질랜드인 토니 크리스챤슨(40)씨는 "정상인들보다 불리한 여건을 가진 우리에게 킬리만자로 정복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도전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준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이라면서 소영씨와 양손을 잃은 산악인 출신의 김홍빈(38)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달 12일부터 열흘간 강행된 해발 5,895m의 키보봉(峰) 등정은 서로 팔과 다리와 눈이 돼주어야 했던 이들에게 결코 만만한 여정이 아니었다. 소영씨는 해발 4,700m지점에서 고산증세로 먹었던 음식을 모두 토하는 바람에 혼자 1,000여m를 내려와 이틀간 적응기를 가진 뒤 다시 올라야 했고, 홍빈씨도 심한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내내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동료들이 끌어줘야 하는 토니씨는 정상 정복을 하루 앞두고 심한 눈보라로 해발 5,300m에 마련된 캠프를 떠나지 못하고 두 동료의 정상정복을 뒤에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토니씨는 "비록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과정이었고 도전 자체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상까지 함께 오르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한국도로공사 산악팀의 박정헌(32)팀장과 김미곤(30)씨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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