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컵과 대선 등에서 젊은이들이 보여준 에너지는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올해는 이를 계기로 사회 각 분야에서 젊은이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 서울도 숨가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실의 장벽을 허물고 신선한 사고와 열정으로 회색빛 도시에 희망을 주는 서울 '새뚝이'들의 활동과 새해 포부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영화속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은 중요한 관광상품입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정동 서울영상위원회(SFC) 사무실. 한쪽 벽에는 그동안 촬영 장소 섭외를 해줬던 영화 포스터가 빼곡이 붙어 있고 칠판에는 올해 촬영 장소 섭외 일정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로케이션 지원팀장 강석필(姜錫泌·33)씨는 자신을 "영화사와 촬영장소를 맺어줘 개봉을 성사시키는 영화 중매쟁이"라고 소개했다.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본명선언',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삶을 기록한 '경계도시' 등의 기획을 맡았던 촉망 받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촬영 감독이었던 그가 영화 중매쟁이로 나선 것은 2001년 10월 서울시가 SFC를 창단하면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영화산업 발전과 서울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지난해 4월말 SFC가 서비스를 시작한 뒤 그가 촬영 장소 섭외를 해준 영화는 모두 43편, 촬영일수로 따지면 100일이 넘는다.
"1,1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영화사 야외 촬영의 40% 이상이 서울에서 이뤄지지만 도로 관공서 문화재 학교 등 공공장소 촬영을 섭외 하는 일은 보통 절차가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그는 영화사의 촬영 섭외 신청서를 받아 방대한 분량의 시나리오를 일일이 검토한 후 영화사와 관계 기관을 수없이 뛰어다니며 협의를 이끌어낸다.
그는 베니스영화제 수상 작품인 '오아시스'를 예로 들었다. "꽉 막힌 청계고가에서 종두와 공주가 춤을 추는 장면을 찍기 위해 일몰 시간을 요구한 영화사와 서울시경 사이에서 석달이나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결국 밤샘 촬영이 이뤄졌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성공을 거둬 보람을 느꼈습니다."
촬영장소 섭외가 선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 황제'에 나오는 웅장한 자금성에 매료된 영화 관객들이 중국으로 몰려간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는 장소 섭외뿐 아니라 촬영 장소 감시도 담당한다. "특히 문화재 촬영은 미리 각서를 받고 쓰레기통 위치 바뀌는 것부터 담배꽁초 버리는 일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씁니다." 얼마 전엔 '청풍명월'의 경희궁 야간 촬영 때 추운 날씨에 밤샘 감시를 하느라 동상까지 걸렸다.
"창덕궁 등 아직 섭외가 안 되는 곳이 많아요. 장롱 속에 보석을 꼭꼭 감춰두면 뭐하나요? 생각을 바꾸면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 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관광 수입도 벌 수 있을 텐데… 전례가 없다고 섭외에 응하지 않는 곳은 어떻고요."
"올핸 영문 홈페이지를 꾸며 서울의 촬영장소 상품을 세계시장에 알리고 싶다"는 그는 "기관마다 다른 섭외 기준이나 절차 등을 일원화하는 촬영 환경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