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새해 벽두부터 국정의 첫 단추를 여러 곳에서 꿰야 한다. 어느 당선자도 마찬가지지만, 대통령 취임 전에 꿰는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하다. 잘 꿰면 본전이고, 잘못 꿰면 두고두고 발목을 잡아 국정운용에서 짐이 된다. 하지만 첫 단추를 꿰야하는 당선자는 대통령으로서의 국정 경험이 전혀 없을뿐더러, 관련 정보도 빈약한 상태에 있기 마련이다. 힘은 막강하지만, 주요 결정을 내리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결정을 가장 열악한 상태에서 내린다는 것은 아이러니컬 하기 조차하다.그래서 미국의 경우 후보 진영은 대선 캠페인과는 별도로,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훨씬 전부터 정권 인수팀을 은밀하게 가동한다. 영국 같은 나라는 아예 야당이 예비내각(shadow-cabinet)을 만들어 집권에 대비한다. 가장 중요한 결정을 실수 없이 내리기 위해서 이다. 노 당선자가 후보 시절에 과연 어느 정도나 당선 후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선거에서 우선 이기고 보자는 게 우리의 정치 풍토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요구는 무리일 수도 있다.
노 당선자가 꿰야 할 주요한 첫 단추는 세 개이다.
최우선 급선무는 긴박감이 더해가는 북한 핵 위기에 대한 처방제시다. 그는 지난 해 성명을 통해 "북한 조치들에 대한 한국민들의 우려가 고조되면 새 정부 책임자의 역할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며,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북한에 경고했다.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는 "미국은 대북조치를 할 때 한국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미국에 주문했다. 또 "미국은 한국의 지도자가 한국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당연시 할 텐데, 오히려 우리 안에서 거꾸로 생각하는 것 같아 답답한 생각이 든다"고 국내 일각의 우려를 지적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북한과 미국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는 발언들이다. 그는 이 달 중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프로그램 등 전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관련 당사국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외교에 문외한 이면서도 수평적인 새로운 한미관계의 정립을 주장했고, 대북 접근에 민족주의 색채가 강하다는 점등이 이들의 관심을 배가 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노 당선자는 내각을 이끌어갈 총리를 취임 전에 지명한다. 총리 지명자는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이 개혁적 이기 때문에 총리는 안정감 있는 인사가 기용되는 게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총리 지명은 노 당선자가 헌법상 국가원수로서의 인사권을 처음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안정감 있고 한나라당의 청문회 공세를 극복할 수 있는 인사가 누구인 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다.
노 당선자는 집권당 총재를 겸하지 않는 대통령이 된다. 민주당 당헌은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그 자신도 자신은 평당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나섰고, 노 당선자도 인수위에 특위를 따로 만들어 정치개혁에 자신의 목소리를 실으려 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관계를 어디에 설정할 것이며, 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회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특히 민주당은 1월중 전당대회를 열어,새 지도부를 구성한다. 그가 기성 정치권에서는 철저한 비주류였기 때문에, 정치실험에 대한 대응이 더욱 관심이다.
노 당선자가 새해에 꿰야 할 첫 단추는 하나같이 새로운 도전이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것 들이다. 그의 국정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가 의외로 빨리 올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첫 단추를 주목 한다. 노 당선자는 예상보다 일찍 시험대에 올라있다.
이 병 규 논설위원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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