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분단사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DMZ가 이제 전혀 뜻밖의 유산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되자 자연 스스로 살아 숨쉬면서 거대한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남게 된 것이다.그러나 DMZ 접근의 어려움으로 그동안 자연생태계에 대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조사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아 DMZ 생태계는 아직도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절실한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단편적인 조사들에 따르면, 약 2,800종의 동식물, 특히 그중 산양, 저어새,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표범, 수달 등 희귀 야생동식물 146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MZ는 지형적 특색에 따라 서부 도서지역, 서부해안지역, 중서부 내륙지역, 중동부 산악지역, 동부해안지역 등 크게 5개 권역으로 구분돼 권역별로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서부 해안지역은 습지지대가 넓게 발달하면서 습지성 환경에 의존하는 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또 서부 연안 무인도서 지역은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의 최대 번식지다.
중서부 내륙 평야지대는 국제적 보호조류인 두루미 류의 월동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흰꼬리수리, 독수리,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의 월동 도래지로 중요한 지역이다. 중동부 산악지대는 원시림에 가까운 산림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멸종위기 야생포유동물인 산양이 상당수 생존하고 있다. 동부해안지역은 자연석호와 습지대가 발달, 곤충과 습지식물이 풍부하다.
/송용창기자
● DMZ 관련일지
1953년7월27일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54년2월5일 북, 미 해병 조종사 송환
55년5월7일 북한군, 국군초소 습격
66년10월15일 북한 동부전선 무장공격
68년1월21일 북한 124군부대 청와대 기습사건
70년2월14일 북, 피랍 대한항공 승객 석방
76년8월18일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84년11월23일 판문점 총격사건
91년3월 북한, 한국수석대표 거부로 유엔사 군정위 마비
2000년6월15일 남북정상회담
9월 남북국방장관회담
2002년9월17일 남북군사보장합의각서 교환
9월19일 남북 지뢰제거 작업 시작
12월14일 지뢰제거 작업 완료
● DMZ 굴곡의 반세기史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DMZ)는 반세기동안 한민족의 굴절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비운의 땅'이다. 1953년 7월27일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면서 탄생한 DMZ는 한반도의 혈맥을 단절한 채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 있는 '20세기 냉전 유적지'인 것이다.
남북 폭 4㎞, 동서 248㎞. 그곳은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력행사가 금지되었지만, 남북의 무장병력이 상주하면서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소화약고'였다. 북한이 끊임없이 DMZ를 간첩침투로로 활용,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북측은 특히 62년 노동당 연락국 소속 간첩 등 수많은 간첩침투 사건들을 DMZ를 통해 일으켰다. 68년에는 김신조(金新朝)를 포함한 124부대원들이 얼어붙은 임진강을 건너 미타산을 경유해 청와대를 기습한 '1·21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69년에는 북한군이 DMZ 표식판 교체 작업을 하던 미군에 총격을 가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76년에는 판문점에서 '8.18 도끼 만행사건'까지 발생,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북한군이 미루나무를 제거하고 있던 미군을 공격, 보니파스 대위 등 2명이 숨졌다. 1995년 10월에도 임진강 하구를 따라 침투하던 북한 무장공비들이 우리 초병들에게 발견돼 사살됐다. 북한군의 DMZ 도발은 종종 남한의 선거에서 '북풍'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가 열리면서 DMZ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한반도에 화해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남북은 DMZ의 지뢰제거작업을 완료,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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