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외도와 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살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양띠 할머니'에게 항소법원이 양띠 해 하루를 앞두고 선처를 베풀었다.서울고법 형사6부(박해성·朴海成 부장판사)는 31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 받은 김모(7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석방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22세에 결혼한 뒤 줄곧 남편의 학대에 시달려오다 지난해 1월 때늦은 가출을 했다. 다른 여자와 사이에 낳은 자녀가 4명이나 될 정도로 외도를 일삼으면서도 의처증에 빠져 칼로 옷을 찢어내는 등 모욕을 주고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
그러나 김씨의 가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이 칼까지 소지한 채 자녀들을 찾아다니자 혹시 자식들에게까지 피해가 갈까 두려워 6개월 만에 집으로 되돌아왔다. 이후에도 남편의 폭력은 계속됐다.
급기야 7월 남편은 "너를 딸 집으로 빼낸 놈을 불라"며 부엌칼로 김씨의 손목을 그었다. 김씨는 남편이 칼을 내려놓는 순간 쌓였던 분노가 폭발, 그 칼로 남편을 찌른 뒤 자살을 기도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혼인 후 50년간 외도와 폭력에 시달리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 범행한 점, 자녀들도 아버지의 학대를 증언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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