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론의 2002년 10대 뉴스에는 이라크전 위기와 미국발 세계 경제침체가 공통적으로 꼽혔다. 이 두 가지는 현재진행형이다. 2003년 세계 정세는 이라크의 전운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올해 세계 경제는 이라크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다. 이 두 가지 이슈는 올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 이라크전 어떻게
미국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새해를 맞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머리 속은 이라크 문제, 북핵 위기 등 당면한 현안으로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복잡했을 게 틀림없다. 그 중에도 온 세계가 당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라크전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미국은 올해 분명히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라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이라크전은 향후 세계 경제와 국제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국의 새 군사 전략과 부시 외교 정책을 시험하는 중대 사건이다.
미 중부군사령부의 피트 미첼 대변인은 30일 이라크 군인들에게 사담 후세인의 지시에 따르지 말도록 선동하는 방송을 미군이 송출하는 등 심리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페르시아만 일대에 배치될 미군과 영국군 병력은 곧 10만 명에 육박한다. 항공모함도 이미 걸프 해역에 배치된 컨스텔레이션호를 비롯해 모두 4척이 동원될 계획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주요 아랍국도 자국 내 미군 기지 사용을 조건부로 허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라크전이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는 1월 27일 이전에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유엔 최종 보고에서 유엔 결의 중대 위반 사례가 포착될 경우 미국은 개전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개전 예비 태세지만 실전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감안하면 이라크전은 2월 말에 발발할 수 있다. 이르면 1월 말∼2월 초라는 보도도 있다. 유엔이 이라크에 '무혐의' 결론을 내리더라도 미국과 영국은 유엔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자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독자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엔 안보리의 다른 상임이사국들과 주변 아랍국의 태도가 큰 변수이고, 개전 시기도 9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미국은 속전속결로 전쟁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축출 위기에 직면한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다. 이라크군 특수부대가 알 카에다 등과 연계해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해외 파괴 공작을 벌일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또 포스트 후세인 정권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도 문제이다. 어렵사리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이 낳을 국제 외교적 파장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세계경제 어떻게
2003년 새해 증시의 첫 개장을 기다리는 전세계 투자자들의 표정에는 설렘보다 불안감이 앞서 있다. 30일 폐장 마지막 날까지도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근 30년 만에 3년 연속 하락세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들고 새해를 맞은 투자자들은 올 한해 더욱 험난한 증시 기상도를 헤쳐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 경제는 울퉁불퉁 온통 자갈밭이다. 이라크 전쟁의 발발과 성공 여부가 최대 걸림돌이다. 1∼2월 사이 미국의 공격이 시작돼 2∼3개월 안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면 일시적인 국제 유가 충격에도 불구하고 중동정세와 석유수급의 안정, 전쟁 특수 등으로 오히려 세계 경제에는 활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반미 정서 자극으로 전세계에서 무차별 테러 공격이 재연될 경우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자생력을 잃어가는 중남미 경제의 침체도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브라질은 노조 출신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자가 외채 탕감과 경제개혁에 의욕을 보이고는 있지만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얼마나 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페소화 가치의 폭락과 20%에 이르는 실업률에 고통받는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없이는 자활의 길이 없어 보인다.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인 일본과 독일은 올해도 정체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경제는 오랜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극복할 금융개혁 지연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기업 도산과 금융 위기, 고실업률에 낡은 경제시스템과 정치리더십 부재로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상실해 가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전세계 경기 후퇴를 주도했던 미국 경제가 기업 회계 부정과 증시 침체에서 비롯된 불황과 불신의 긴 터널을 뚫고 올해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최근 호조를 보이는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올해 흔들리는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공급관리연구소(ISM)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가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의 상승 추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이라크 전쟁의 불확실성이 걷히는 하반기 들어 미국 경제를 발판 삼아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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