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낚시는 추를 쓰지 않아요. 바닷물 위쪽에서 헤엄치기 때문이죠."소설 당선자 이정은(李政垠·24·추계예대 문예창작과4)씨는 바다 낚시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당선작 '독어(毒魚)'는 바다 낚시를 하는 여자의 안팎으로 상처난 가슴을 그린 것이다. 작은 체구에 앳된 얼굴의 이 신인이 소설에서 묘사한 여자는 '바늘이 미끼의 살을 파고 들어가 뼈에 걸리는 소리를 손끝으로 듣는' 사람이었다.
습작을 하면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그래서 '발로 뛰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부산 출생인 이씨는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와 바다 낚시를 다녔다. 미끼 생선에 바늘을 꽂고, 낚싯줄을 당겨 고기를 낚고, 잡은 고기의 입에서 바늘을 뺐다. 2001년 6월부터 10개월여 머물렀던 호주 퍼스에서도 그는 바다 낚시를 하면서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문득 독을 안기는 물고기의 행위가 상처를 주는 인간의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래오래 몸에 들러붙은 경험이 소설이 됐다.
딸 셋 중 둘째, 지독하게 욕심이 많다. 첫째에 대한 큰 기대와 막내에 대한 무조건적 애정에 치였던 이씨는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다. 고교 문예반에 들어가면서 상을 타기 시작했다. 둘째가 이런 재주가 있구나, 부모님이 관심을 가졌다. 소설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문예창작과에 지망했다. 세번째 신춘문예 도전에서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최근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다시 읽었다는 그는 "소설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장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소설은 문학이라는 예술에 속해 있되 모든 사람이 쓰는 언어를 도구로 삼는다. 그는 자신이 쓰는 언어 속에 앎의 깊이, 삶의 깊이를 담고 싶어한다.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낯선 나라에서 앎과 삶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참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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