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대통령의 5년 시간관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대통령의 5년 시간관리

입력
2002.12.31 00:00
0 0

얼마 전 미국의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진반농반의 얘기가 회자되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대통령의 시간관리가 너무 잘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처음에는 시간관리가 꽤나 엉망이었다. 다행히도 1기 임기 중반에 어스킨 보울스(E. Bowles)라는 시간관리 전문가의 진단을 받게 되었고 보울스는 대통령 시간의 생산성을 무려 62.5%나 증가시켜 주었다. 클린턴은 보울스를 95년 비서실 차장으로 임명했고 96년부터는 비서실장으로 승격시켰다.보울스는 비서실장이 되고 나서는 멸사봉공한다는 차원에서 자기 연봉을 단지 1달러로 책정하고 시간관리를 포함해서 오로지 대통령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진력했다. 이 얘기의 끝은 미국 최고의 시간관리 전문가가 진단을 해주고 더군다나 비서실 차장, 곧 이어 실장으로 보좌하면서 대통령의 시간 생산성을 최대한 높여준 후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여가의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고 그래서 스캔들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좀 길어졌지만 이 얘기의 메시지는 대통령의 시간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의 공식 시간을 분단위로 컴퓨터에 기록해서 관리한다. 수년 후에는 이 자료가 공개되고 이 자료를 근거로 대통령의 시간관리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다. 학자들은 이 자료를 분석하여 역대 대통령의 시간관리 양태를 비교하기도 하고 누가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했는가를 판별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역시 시간의 가치가 가장 높은 사람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는가는 정부의 생산성, 그리고 나아가 국가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제 우리도 미국 백악관의 시간관리제도를 원용해서 귀중한 대통령 시간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얘기는 매일 매일의 단기적인 시간관리에 관한 것이다. 대통령 5년 임기의 중장기적 시간관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저자인 스티븐 코비(S. Covey)박사는 2번째 중요한 습관으로 '끝날 때를 마음에 두고 일을 시작하라(Begin with the end in mind.)'고 권하고 있다. 우리의 대통령제는 5년 단임제이다. 이 경우 코비 박사의 권면은 '앞으로 5년 뒤 어떻게 대통령직을 마감할지를 마음에 그리고 또 새기면서 오늘 대통령직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 권면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어느 지인의 체험담에서 배울 수 있다. 그가 처음으로 일단의 그룹을 이끌고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베르사유 궁전에 갔을 때의 얘기이다. 처음 가보는 곳이고 또 인솔의 책임을 맡은 터라 기차가 설 때마다 이곳이 목적지인가 하고 좌고우면하고 우왕좌왕했고 도착할 때까지 내내 안절부절하고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두번째 여행에는 어디서 내릴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경치도 즐기고 일행들과 담소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매우 생산적이고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행 제도에서 대통령은 두 번 '여행'할 수 없다. 그러나 미리 마지막의 때를 그리고 마음에 새겨둘 수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며칠 전 노 당선자가 '5년 후 새 대통령 후보가 같이 찍은 사진을 쓰고 싶어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한 부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세모의 마지막 날, 임오년의 마지막 시간이 지나가고 계미년의 새로운 시간이 열리고 있다. 이 마지막 세모를 다섯번 지나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노 당선자가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단기적인 시간관리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시간관리에도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 계 식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