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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엔 "붉은악마"로 12월엔 "노사모"로/열성회원 안병화·박문수씨가 돌아본 壬午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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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엔 "붉은악마"로 12월엔 "노사모"로/열성회원 안병화·박문수씨가 돌아본 壬午年

입력
200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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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이 남긴 것이요? 참여의 즐거움이죠."평범한 30대 회사원 안병화(安炳和·34)씨와 평범한 대학생인 박문수(朴文洙·26)씨. 올 봄 축구 동호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나이, 고향, 출신학교도 다르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서로 닮아 있다. 이들은 6월 '붉은 악마'의 일원으로 서울 광화문 일대를 휘젓고 다니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던 기억을, 19일에는 역시 광화문에서 얼싸안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함께 눈물을 쏟았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 "2002년은 새로운 탄생의 해, 공통된 고향은 '광화문'이었죠."

■월드컵으로 기지개, 노사모로 일어서

안씨와 박씨에게 붉은악마와 노사모의 열렬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보낸 지난 1년은 감동과 깨우침의 연속이었다. 국제운송회사에 다니는 안병화씨는 386세대. 87학번인 그는 민주화 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전두환 구속 촉구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속 수감 되는 등 누구나처럼 치열한 대학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졸업 후 결혼하고 딸 둘이 생겨나자 두려움 없이 거리로 나서던 젊은 패기는 어느 새 사라지더라"고 털어놓는다. 그가 '광장의 공포'를 다시 깨뜨린 계기는 월드컵 열풍이었고 노사모 활동은 그에게 숨통을 터 준 대운동장이었다.

■'우리도 모르던 20대의 힘 표출'

8살 아래인 단국대 정외과 3년 박문수씨. 인터넷 상에서는 암행어사 박문수와 이름이 같아 붙인 ID '암행'으로 통한다. 편하게 부자로 사는 것이 인생 목표라는 '20대 보수층' 속에서 박씨는 조금 특이한 청년이다. 일주일에 사흘은 야학과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백범기념사업회, 참여연대 등에 참가하는 등 사회에 대한 관심도 유별나다. 그가 알고 있던 또래의 특성은 "외톨이로 또는 끼리끼리 노는 데 익숙한 세대"였다. 그러나 월드컵과 최근 대선을 거치면서 그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20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표출할 계기가 없었던 것 뿐, 요즘 20대 역시 누구보다도 역동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고 평한다.

■'붉은악마, 노사모는 자랑스런 유산들'

"붉은악마나 노사모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2002년의 자랑스런 보물입니다." 이들은 "이해타산없이 하나될 수 있는 장을 체험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년간 안씨는 거짓말도 많이 했다. 축구 응원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는 지방 유세를 따라다니느라, 퇴근 후에는 지하철 유세 때문에 친구 어머니 상(喪)을 핑계대기도 했다. 박씨 역시 "1, 2학기 기말고사 모두 엉망으로 치렀다"고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 가장 큰 소득은 '희망'. "패배감에 젖어 있던 우리에게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한 해"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때문에 이들이 2003년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부풀어 난 희망의 크기만큼 채워 넣을 것이 많은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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