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해변에서 조각을 하며 살아온 독일 출신 조각가 만프레드 그나딩어(66)가 원유 유출 사고로 자기 작품들이 시커멓게 오염되자 그 충격 탓에 숨졌다.영국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그는 28일 스페인 갈리시아 카멜라 해변 마을 오두막집에서 숨져 있는 것을 이웃들이 발견했다. 그나딩어는 1962년 이 마을에 정착한 이후 평생 외부와 접촉을 꺼린 채 은둔 생활을 해 왔다. 처음에는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미사에도 종종 참석했으나 몇 년 후 생태 문제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타잔처럼 팬티만 걸친 채 돌과 동물뼈 등을 이용한 조각품을 만들며 오두막에서 지냈다.
그의 특이한 조각들은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마을 주민들은 그가 지난달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좌초되면서 기름 오염이 심해지자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이 전한 그의 유언은 "후대가 이번 재앙을 상기할 수 있도록 오염된 조각 정원을 그대로 보존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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