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라 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진로를 둘러 싸고 말이 많다. 노사모 내부에서도 '해체''변화''존속' 등 세가지 의견이 제시되면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으며 곧 7만5,000 회원들의 전자 투표를 통해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한다고 한다.노사모 회원이건 아니건 노사모의 해체를 바라는 사람들은 노사모가 과거의 '민주산악회'나 '연청'과 같은 사적인 권력 조직이 되는 걸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우려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마저도 노사모의 성격을 잘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그렇다.
일단 다수결 원리에 따라 해체를 결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또 다른 모임을 만들면 안되나? 노사모도 그렇거니와 최근의 촛불 시위도 이름없는 한 네티즌의 제안에 의해 결성되었던 게 아닌가.
지금 우리는 노사모의 활동이 시사하는 사이버 정치 혁명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여전히 '민주산악회'나 '연청'의 경우처럼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층부'가 존재하는 구시대적 결사체의 관점에서 노사모를 보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대통령 권력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런 구태의연한 관점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그동안 노무현에 대해 '지지'를 보냈지만 이제부턴 '감시'를 하겠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노감모(노무현을 감시하는 모임)'로 변신할 것을 주장하는 것도 지나친 낙관주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을 열렬히 원했던 사람들이 이후 김대중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 아들들의 비리라고 하는, 절대 있어선 안될 일까지 벌어졌다고 하는 점을 상기한다면, 노감모는 진일보한 발상이긴 하다. 그러나 감시는 당연한 의무일 뿐,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노사모의 기본 정신은 무엇인가? 한국 정치판에 '정당한 보상의 문화'를 도입해 정치인들이 목전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지 않고 옳은 길을 걷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었나? 노사모의 가장 큰 성공은 대통령 노무현을 만든 게 아니다. 국민에게 부정과 혐오와 절망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판 일각에 긍정과 사랑과 희망의 싹을 피운 것이다.
싹 하나 피워 대통령 만들었다고 한국 정치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 노사모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수많은 노무현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 역시 노사모의 정체성에 위배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노사모의 자정 능력은 '상층부'가 없고 '중심'이 없다는 데에 존재하며, 저절로 이루어지는 공감대가 유일한 실천 원리이기 때문이다. 노사모에 대한 기우(杞憂)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발상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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