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임오년(壬午年)은 한국스포츠로서는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였다. 2월 미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한일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을 이었다. 특히 23명의 태극전사가 녹색 그라운드에 수놓은 6월의 드라마는 모든 국민의 가슴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2002년 한국스포츠의 의미를 숫자를 통해 새겨본다. /편집자주
■1/삼성 첫 우승
삼성은 창단이후 무려 21년을 기다려야 했다. 삼성이 11월10일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첫 우승컵을 안았다.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려는 듯 삼성 거포 이승엽(사진)과 마해영은 9회말 LG를 상대로 잇따라 동점, 역전 홈런포를 쏘아올려 승부를 뒤집었고 사령탑 김응용 감독은 한국시리즈 통산 V10의 위업을 이뤘다.
■2/최경주 PGA 2승
최경주가 미 프로골프(PGA)투어 진출 3년 만인 올해 시즌 2승을 차지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4월 컴팩 클래식에 이어 9월 탬파베이클래식에서 우승한 최경주는 올 시즌 톱 10에 7차례, 톱 25에 11차례 진입하는 등 시즌 상금랭킹 17위(220만4,907달러)에 올라 톱골퍼로 도약하는 기틀을 다졌다.
■3/프로축구 성남 3관왕
성남 일화가 올 시즌 수퍼컵(3월) 아디다스컵(5월)에 이어 정규리그 타이틀도 따내 프로축구 3관왕에 올랐다.
성남의 K―리그 2연패(사진)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월드컵 대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열악한 환경을 딛고 꽃핀 것이라 더욱 값졌다.
■4/월드컵 4강
한국축구가 한일월드컵서 신화를 창조했다. 월드컵 도전 48년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은 이번 월드컵서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누르고 16강에 오른 뒤 세계축구의 강호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올랐다. 한국팀을 이끌고 기적을 만들어낸 거스 히딩크 감독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9/박찬호 9승
LA 다저스를 떠나 6년간 총액 6,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박찬호(사진)는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채 9승8패, 방어율 5.75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1997년 빅리그 선발투수가 된 이래 이어져온 두자리 승수 달성에도 실패했고 시즌 내내 트레이드설에 휘말리는 수모를 당했다.
■20/남자농구 20년 만에 아시아 정상복귀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 이어 한국남자농구가 만리장성의 벽을 넘어 20년 만에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료 30초 전까지 83―90으로 뒤졌던 한국은 90―90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간데 이어 102―100으로 승부를 뒤집어 더 짜릿한 감격을 선사했다.
■54/북한 분단 후 첫 남한서 열린 국제대회 참가
북한이 분단 54년만에 처음으로 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또 280여명의 미녀로 구성된 북한응원단(사진)도 만경봉호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에 입항,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모았다.
■147/ 송진우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수립
한화의 노장투수 송진우가 올 4월23일 SK전서 통산 147승째를 따내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 세운 프로통산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89년 빙그레유니폼을 입은 뒤 성실한 자기관리로 마운드를 지켜온 송진우는 기록행진(현재 162승)을 펼쳐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기쁨도 누렸다.
■150억/박세리 국내 스포츠사상 최고액 후원계약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타 박세리(25·사진)가 12월27일 CJ(주)와 5년간 총액 150억원 규모의 후원계약을 했다. 국내 스포츠 사상 최고액. 스포츠스타도 재벌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박세리는 올해도 5승을 기록했다.
■700만/월드컵 응원단
'꿈★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한 월드컵 신화의 진정한 주역들. 한줄기 냇물이 모여 바다가 되듯, 6월4일 폴란드전서 거리로 몰려나온 50만 월드컵 응원단은 16강, 8강, 4강으로 이어지며 마침내 25일 독일과의 준결승전에는 700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이 외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는 영원한 메아리로 한국인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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