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2월31일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우나무노가 72세로 작고했다. 우나무노는 스페인 문학사에서 이른바 '1898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소설가 앙헬 가니베트의 에세이 '스페인 정신 개요'(1897)를 선구적 마니페스토로 삼은 이 세대 작가들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완전히 패퇴한 조국 스페인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과 정신적 근대화를 문학의 과제로 삼았다.시·소설·극작을 겸했던 우나무노는 당대 스페인 문단만이 아니라 철학계와 고전어학계의 거물이었고, 그의 명성은 이미 생전에 국경을 너머 유럽 전체에 널리 퍼져 있었다. 전투적 사회주의자로 청년기를 보낸 그는 1898년을 기점으로 마르크스주의를 버렸지만, 죽을 때까지 공화주의자로 남았다. 왕당파와 공화주의자 사이의 갈등이 특히 두드러졌던 스페인에서 우나무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장년기 이후 어떤 현실 정파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지만, 그는 국왕 알폰소13세와 파시스트 독재자 프리모 데 리베라를 비판한 탓에 살라망카 대학 총장 자리에서 쫓겨났고, 푸에르테벤투라 섬으로 유배되었다가 프랑스로 망명하기도 했다. 우나무노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문필가이거나 또렷한 당파성을 드러냈다면, 그가 겪었을 탄압은 훨씬 가혹했을 것이다.
우나무노는 자신의 일부 소설을 '니볼라(nivola)'라는 새로운 장르 이름으로 불렀다. '니볼라'는 '소설'을 뜻하는 스페인어 '노벨라(novela)'를 비틀어 작가가 새로 만들어낸 말이다. 1902년 작품 '사랑과 교육'에서 비롯되는 니볼라는 소설과 에세이가 서로 녹아드는 장르다. 니볼라 속에서는 더러 관념적 진술이 현실 세계에 대한 묘사를 압도한다. 우나무노의 니볼라는 20세기 관념적 지식인 소설들의 한 원류가 되었다.
고 종 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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