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0일 진통 끝에 30명으로 구성된 '당과 정치개혁을 위한 특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 당 쇄신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당무회의를 열어 각종 정치 개혁 방안 및 당헌 개정과 전당대회 준비 등을 맡을 특위 구성을 의결했다.그러나 특위 구성 단계에서 불거진 개혁 성향 소장파 그룹과 보수 성향 중진 그룹간의 갈등이 깨끗하게 봉합되지 않은 데다 앞으로 특위가 내놓을 당 혁신 프로그램에 대해 중진 그룹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남아 있어 순항 여부는 불투명하다.
진통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특위는 구성 자체가 불투명했다. 당 쇄신 움직임을 사실상 주도해 온 미래연대는 오전의 긴급회의에서 "최고위원회의는 선거 잔무와 법통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만 갖고, 나머지 전권은 특위에 위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특위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전날의 강경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특위의 개혁안이 당무회의 등을 거치면서 왜곡, 변질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미래연대가 이 같은 최후 통첩을 보낸 뒤 곧바로 열린 당무회의는 진통을 거듭했다. 미래연대 소속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당 혁신 프로그램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창화(鄭昌和) 의원과 이규택(李揆澤) 총무 등 중진들은 "당이 해체되지 않은 이상 최소한 당무회의와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특위가 마련한 개혁안 등 모든 결정에 대해 의원총회나 당무회의의 의결을 거치되 토를 달지않고 추인토록 하자"고 제안, 특위 구성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전망
당 개혁 등과 관련, 전권을 갖기로 했지만 특위의 앞길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미래연대가 이날 저녁 회의에서 특위 참여를 결정했음에도 불구, 쇄신 방향에 대한 소장파와 보수 성향 중진의 시각차가 워낙 커 이들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소지도 있다. 특위 위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미래연대 소속 소장파 의원이 다수이지만, 이강두(李康斗) 안택수(安澤秀) 김광원(金光元) 의원 등 보수 성향 의원이 적잖게 포진하고 있어 특위 내부 논의 과정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우려는 당장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보수 성향 의원들이 당무회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데서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의총에서 박종근(朴鍾根) 의원은 "30명이 만든 안에 대해 151명의 의원이 거수기 역할을 하라는 것이냐. 정치개혁은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지 독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노무현(盧武鉉)식 개혁은 필요 없다. 특위의 개혁안도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조차 그대로 추인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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