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대치상황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남북관계를 현상유지하려던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로 명명된 미국의 새로운 대북강경책은 김대중(金大中) 정부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표방해온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 원칙과 사실상 뿌리부터 충돌한다. 역으로 미국의 북한봉쇄가 효험을 보기 위해서는 정부의 참가와 남북교류협력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다음주중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하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노 당선자에게 대북 봉쇄에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30일에도 공식적으로는 남북관계와 대미공조를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전략'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맞춤형 봉쇄란 언론취재과정에서 붙인 이름일 뿐 미국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남북관계의 끈을 놓는 순간 주도적 중재자로서의 입지가 무너져 1994년처럼 외부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야 할 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날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은 유지하더라도 정부차원의 대북협력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관 추방을 결정한 데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경고를 발하는 등 점점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현상유지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는 말리겠다"는 노 당선자의 구상이 도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계적인 속도조절 방안을 신중히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6일 예상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 결의안을 기점으로 경의·동해선 연결사업, 개성공단 착공 등 굵직굵직한 남북 경협사업의 진행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당국 대화는 예정대로 추진, 대북 핵 포기 설득 창구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내년 1월 중순 서울에서 개최키로 합의한 9차 장관급 회담이 향후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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